일본 외무장관, 총리 친서 들고 4년 만에 방한... 한일관계 매듭 풀까

입력
2022.05.09 22:00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 차 방한
日 총리 친서엔 원론적 입장 담길 듯
박진·하야시  "한일, 한미일 공조 필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참석을 위해 9일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 외무장관의 방한은 2018년 6월 이후 4년 만으로, 장기간 경색돼 있는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하야시 장관은 이날 1박 2일간 일정으로 서울에 도착했다. 그는 10일 윤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한 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윤 당선인을 개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윤 당선인이 파견한 한일정책협의단이 기시다 총리에게 전했던 친서의 답신 성격이다.

일본 외무장관의 방한은 2018년 6월 고노 다로 당시 일본 외무장관이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참석 차 한국을 찾은 게 마지막이다. 같은 해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내린 후 양국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하야시 장관의 방한 목적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임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선 다음날 취임식을 치렀던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는 일본에선 총리급 인사가 참석했다. 이번에도 기시다 총리의 참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과거사 등 현안을 둘러싼 한일갈등이 현재진행형인 관계로 하야시 외무장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정리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기시다 "한일관계 방치할 수 없다"지만...

기사다 총리의 친서 속에 담긴 메시지도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공동 대응과 민간 교류 확대 등 원론적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하야시 외무장관의 방한과 관련해 "한일 간 어려운 문제가 존재하며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윤 당선인이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양국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나온다. 새 정부가 한반도 문제와 격화하고 있는 미중갈등 등 산적한 외교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 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양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관계 개선을 위해 장기적으로 하야시 외무장관의 방한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얼마나 정치적 기반을 다지느냐에 따라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변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박진·하야시 "한반도 상황 등 한미일 공조 필요"

하야시 장관은 이날 저녁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도 만나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회담 이후 "양측은 최근 한반도 상황 및 급변하는 국제 정세 하에 한일,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 후보자가) 인적교류에 대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해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 비자 면제 복원 등을 추진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야시 장관은 이에 '코로나19 상황이 금방 낙관적으로 바뀌기는 어렵지만, 인적교류 재활성화의 중요성은 공감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하야시 장관은 회담 자리에서 조속한 시일 내 박 후보자의 방일도 요청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