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주문 치킨, 자정에 식은 채 배달… 어버이날 저녁 망친 배달앱 대란

입력
2022.05.09 19:00
쿠팡이츠, 8일 배달 지연으로 고객 불편
잇단 주문 취소에 배달원·가맹점도 피해
회사 "공휴일·우천 겹쳐 배달원 확보 부진"

"쿠팡이츠로 저녁 배달시켰다가 어버이날 망쳤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지난 8일 오후 6시 20분쯤 배달 애플리케이션 쿠팡이츠를 통해 자녀들과 함께 먹을 치킨을 주문했다. 오후 8시가 되도록 배달이 되지 않자 A씨가 치킨집에 항의 전화를 했지만, 가게에선 "음식은 나왔는데 배달기사가 잡히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 집에 배달 음식이 도착한 건 자정이 다 됐을 무렵. '배달이 완료됐다'는 알림이 울리더니 집 앞엔 식은 치킨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A씨는 "아무리 배달이 밀려도 5시간 만에 도착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아이들과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보내긴커녕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수고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징검다리 연휴' 마지막 날이자 어버이날이었던 전날 오후 쿠팡이츠에서 배달원 배정이 지연되면서 주문 고객 다수가 제때 음식을 받지 못하는 불편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앱 운영사가 최근 배달 수수료를 줄인 여파에 당일 우천 상황까지 겹치면서 배달원 수가 주문량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맹점과 배달원이 입은 피해 또한 적지 않았다. 8일 오후 7시부터 배달에 나선 이모(36)씨는 일당 10만 원가량을 손해 봤다. 음식을 픽업하러 가게에 도착했는데 고객은 늦은 배달에 지쳐 이미 주문을 취소한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고객이 정해진 규칙대로 고객센터에 전화해 주문을 취소했다면 그 사실이 배달원에게 통보돼 헛걸음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주문 취소가 쇄도해 고객센터 통화가 어렵게 되자 고객들이 가게에 직접 주문 취소를 알렸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한 배달원들은 낭패를 봤다. 이씨는 "주문이 취소된 경우 도착금 1,000원만 받을 수 있어 하루 일당의 10분의 1 정도만 벌었다"고 말했다.

배달업계에선 이번 대란이 배달 음식 수요가 줄어드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과도기에 배달 수수료 책정 문제가 맞물려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쿠팡이츠는 배달업이 성황을 맞았던 지난해 1~3월 배달 수수료를 건당 9,000원 수준까지 대폭 올린 프로모션 행사로 배달원을 끌어모았지만 최근 기본 배달료를 2,500원으로 도로 내리면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라이더유니온 쿠팡이츠 협의회장은 "배달 기사에게 많은 수수료를 줬던 초기 전략의 후폭풍으로 보인다"며 "배달료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이츠도 배달원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고 인정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공휴일과 우천 상황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하면서 일하러 나온 배달 기사는 평소보다 적은데 배달 수요는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며 "불편을 겪은 고객들에겐 쿠폰 발급 등 보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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