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백악관에서 이란 등 소위 '불량국가'를 공격하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미사일로 폭격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내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의 회고록에 기록됐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을 막는 것은 자신과 마크 밀리 당시 합참의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60분’에 출연해 오는 10일 출간되는 자신의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에 담긴 몇몇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라를 어두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위험한 일'을 하려고 했다"며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전 장관이 소개한 내용 중에는 불량국가 선제 공격론이 포함됐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 (백악관에서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쿠바를 봉쇄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이러한 아이디어는 수 주에 한 번씩 제기됐다”고 회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공격을 제안한 사실도 공개됐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대상으로 미사일 공격을 하자거나,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대를 대상으로 한 사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 원)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책에 대해 마뜩잖은 반응을 보였다며,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만 한다고 내가 설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 해군 함정을 치켜세운 반면 미 해군 함정을 비하했다고 에스퍼 전 장관은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미군 군함은 볼품 없다고 불평하면서 러시아와 이탈리아 함정은 더 멋지고, 더 매끈하다며 진짜 군함처럼 보인다고 말했다”며 “형식보다 기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지만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용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면 반박했다. CBS가 공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서면 응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BLM 시위대 대상 사격 주장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에스퍼 전 장관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예스(Yes)퍼’였다”며 “그는 가벼운 인물”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표적으로 한 미사일 공격 카드를 꺼내든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또 에스퍼 전 장관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의 진행자 노라 오도널을 지칭하며 “곧 만나자”고 말했다. 직접 방송에 출연해 반박할 뜻을 내비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