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최후 항전지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그러면서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선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절박하게 도움을 호소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조우연대의 정보장교인 일리야 사모일렌코 중위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마리우폴 수비대 군인 모두는 러시아와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목격했다”며 “러시아는 우리의 생사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항복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또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 우리 대부분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며 “상황이 가장 나은 방식으로 해결될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몇 주간 우크라이나군과 제철소 지하 시설에 피신했던 주민들은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 도움을 받아 인근 도시로 모두 탈출했다. 현재 제철소에는 아조우연대와 해병대 등 병사 2,000명이 남아 러시아군과 대치하고 있다. 사모일렌코 중위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오래 버텼고 마리우폴을 사수했다. 몇 달 전 철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남기로 했다”며 “우리는 저항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9일 제2차 세계대전 전승일을 앞두고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전리품으로 내세우기 위해 제철소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스비아토슬라우 팔라마르 아조우연대 부사령관은 “러시아군 탱크, 대포, 전투기, 저격수 및 공장 구내로 진입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밤새 계속됐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기구가 지원한 제철소 소개 작업에 군인과 부상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제철소에서 저항 중인 군인들도 구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 가지 감정을 상하게 하는 건 정치인들이 민간인들을 피란시킬 테니 너희는 (싸움을) 계속하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러시아와의 전쟁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정부 때문에 마리우폴에서 2만5,0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숨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마리우폴은 두 달 넘게 러시아군에 포위된 탓에 군사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현재 마리우폴과 가장 가까운 우크라이나군 부대도 100㎞ 이상 떨어져 있다. 아조우연대 측은 도움 없이는 마리우폴을 빠져나올 수 없다며 러시아군에 대한 폭격 등 군사적 지원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애타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연대의 뜻을 밝히기 위해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수단으로 마리우폴을 해방하는 데 충분한 중화기를 갖고 있지 않다”며 “외교 채널을 이용해 제철소 내 민간인을 피란시키는 건 가능했지만 병사들을 빼내는 건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 지휘부와 병사, 정치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보내주길 원하지 않는다”며 절망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