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학생과 수업 5년, 보행 나아지고 심리적 위로도"

입력
2022.05.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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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무용' 국내 1세대 강사
김무현씨 인터뷰…우연히 본 다큐 인연으로
"노인도 자연스럽게 즐기게 무용이 흔해지길"

"운동은 신체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심리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어렵고, 음악이나 미술은 그 반대예요. 그런데 음악을 들으며 하는 무용은 통합적 활동이잖아요. 춤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몸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레 전공인 김무현(31)씨는 조금 특별한 무용 강사다. 그의 학생 중에는 일반 발레 전공생이 아닌 움직임이 불편한 파킨슨병 환자들도 있다. 그는 국내에 처음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무용 프로그램(댄스 포 피디)'이 도입된 2017년부터 함께 시작한 1세대 강사다. 2017년 무용학 석사학위 논문 주제를 고민하던 그에게 '댄스 포 피디'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는 "해외에서 운영하는 '댄스 포 피디'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봤는데,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이 프로그램 강사를 처음 양성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돌아봤다.

2001년 미국의 마크 모리스 무용단이 뉴욕 브루클린 파킨슨 모임과 협력 개발한 '댄스 포 피디'는 20여 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느린 움직임과 떨림, 근육 강직 등을 무용을 통해 완화시키고 정서적 교감까지 나누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는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이를 도입해 약 5년간 500회 이상 2,000여 명(중복)이 참여했다. 김무현씨처럼 파킨슨 환자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강사 수는 현재 20여 명이다.

무용수이자 대학 무용과 강사로 일명 '전문가의 세계'에 살던 김무현씨에게 지난 5년은 또 다른 무용의 세계를 만난 시간이었다. 매일 조금씩 변하는 학생들의 얼굴에서 새로운 보람을 찾았다. 첫 수업을 또렷히 기억한다는 그는 "당시 함께한 강사 4, 5명 모두가 처음이라 매주 회의를 하며 함께 준비했지만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전했다. 쉬운 동작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수업을 해보니 환자들에게는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장 당황했던 것은 학생들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내 수업이 재미가 없나' 하는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재밌다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파킨슨병으로 표정이 굳어 계신 경우도 있었고, 처음 춤을 춰서 어색해서 긴장하신 부분도 있더라고요."

파킨슨병 환자를 더 이해하고, 그들의 변화된 모습도 보게 되니 수업할 맛도 더 났다. 그는 "학생들이 열정이 생기고, 보행이 많이 달라졌다"며 "보폭이 커지고 떨림도 줄어들더라"고 전했다. 60~70분 수업에서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학생들의 몸 상태가 한시적이지만 변화가 있고, 수업을 오랜 기간 들은 경우는 증상 완화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의료진의 논문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걷기도 힘들어 하던 학생이 어느새 발레 스텝을 따라할 때의 뭉클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여기에 무용반이 일종의 커뮤니티가 돼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실제 환자들의 반응도 좋아서 2017년부터 계속 수업을 듣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인기 수업이 됐다.

변한 것은 학생뿐이 아니다. 김씨도 앞으로 파킨슨병 환자는 물론 치매 등 퇴행성 신경질환 관련 무용 수업을 계속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찾은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용 치료 수업을 주제로 한 논문(석사 학위)도 썼고, 이제는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나이를 불문한 후학 양성이다.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미래를 키우는 것도 보람되지만, 나이 지긋한 학생을 가르치는 재미도 크다. "한국은 사실 무용 강국이거든요. 요즘은 취미발레도 많이들 하지만, 보다 더 무용이 흔해졌으면 좋겠어요. 헬스처럼 노인분들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길 바라요."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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