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거래 금지, 회계ㆍ경영 컨설팅 제공 금지, 특수 핵물질 수출 금지 등을 담은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주요 7개국(G7)도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결의했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G7 화상 정상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고 직ㆍ간접적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는 방송사 3곳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목록에 오른 방송사는 채널-1, 로시야-1(러시아-1), NTV로, 앞으로 미국 기업은 이 방송사에 광고나 기타 장비 판매를 할 수 없게 된다. 백악관은 “이 방송사들은 외국으로부터 수익을 가장 많이 벌어들이는 곳”이라며 “이 수익은 러시아 국가의 수입으로 되돌아간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백악관은 미국인들이 러시아인들에게 회계 및 신탁, 기업 설립, 경영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서비스가 러시아 기업과 특권층의 부를 축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장비를 위한 수익을 창출할 뿐 아니라 그 부를 숨기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다.
광범위한 인적 제재도 단행한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 및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연루된 러시아 및 벨라루스 관리 2,600여 명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인권침해,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 부패 등에 연루된 러시아군 관계자 등에 대해 추가로 비자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부차 학살’ 책임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 금융 자산의 3분의 1을 소유한 최대 금융기관 스베르방크의 경영진 8명과 러시아 산업은행 및 자회사 10곳,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금융 자회사인 가즈프롬방크 고위 경영진 27명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대러시아 수출 제한 범위도 넓혔다. 백악관은 산업용 엔진, 불도저, 목제 제품, 모터 등을 수출 금지 물품으로 지정하면서 “러시아의 군사력을 지원할 수 있는 품목과 수익에 대한 접근을 더욱 제한할 것”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된 총기를 만든 총기 제조업체 프롬테크놀로지야, 선박 69척을 운용하는 7개 해운사, 해상예인 기업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아울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러시아에 대한 특수 핵물질, 부산물 물질, 중수소 수출에 대한 일반 인가를 중단한다고도 밝혔다. 미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세계 금융 및 경제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체계적으로 제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전쟁이 지속된다면 러시아 경제에 안전한 피난처는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전했다.
이날 G7도 공동성명에서 “러시아가 의존하는 핵심 서비스를 차단해 러시아 경제의 모든 부문에 걸쳐 고립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인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G7은 “러시아 석유 수입의 단계적 중단 혹은 금지를 통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점진적으로 중단할 것을 약속한다”면서 “우리는 시의적절하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세계가 대체 물량을 확보할 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추가 제재안을 놓고 회원국 간 협상을 진행 중이다.
G7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의 전쟁을 지원하는 금융 엘리트와 가족들에 대한 대응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 국민의 희생을 야기한다”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서 승리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로 단합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