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기념일)인 9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병식을 연다. 이날 러시아군은 열병식 에어쇼에서 전투기 편대를 동원해 하늘에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를 상징하는 'Z'를 그릴 예정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열병식 에어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총 77대의 항공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할 계획이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성명에 따르면 에어쇼에 동원되는 항공기로는 공중 지휘통제기 일류신(IL)-80, 전략폭격기 투폴례프(Tu)-95MS와 Tu-160 등과 세계에서 가장 큰 수송 헬기인 밀(Mi)-26과 카모프(Ka)-52·Mi-28N, Mi-8 공격 헬기 등이 있다.
이중 '둠스데이(최후의 날)'로 불리는 IL-80은 러시아가 1980년대에 개발한 공중 지휘통제기다. 지상 지휘통제센터가 파괴됐을 때 대통령 등 최고위급을 대피시키고 군대에 대한 지휘력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됐다. IL-80이 전승기념일 행사에 등장한 건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에어쇼 도중에는 미그(MIG)-29 전투기 편대가 알파벳 대문자 'Z' 모양으로 모스크바의 붉은광장 위를 비행할 예정이다. 'Z'는 최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특수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러시아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미그-29SMT 전투기 8대가 붉은 광장 위를 "Z" 글자 모양으로 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승기념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이 나치 독일에게 항복을 받아낸 1945년 5월 9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군사력을 과시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매년 9일 최신식 무기를 대거 동원한 기념 행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전승절 열병식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전력 손실 탓에 상당한 규모 축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