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동안 공석이던 주한미국대사 자리가 채워졌다. 5일(현지시간)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미국대사 지명자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한국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양국 관계의 결속을 더 공고히 할 계기가 마련됐다. 골드버그 신임 대사가 대북 원칙론자라는 점에서 비슷한 결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와의 호흡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 행정부와 입장을 같이하는 정통 외교관의 특성상 정책 유연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정부는 골드버그 지명자 인준안 가결을 환영하며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조만간 한국에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나, 현재 주콜롬비아대사직을 수행하고 있어 이임 절차 등을 감안하면 20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 전 부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일단 골드버그 대사 지명은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1월 해리 해리스 전 대사 이임 후 크리스토퍼 델 코소 대사대리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대미 외교의 밀도가 떨어졌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한국의 정권이 교체되고, 미 대사도 부임하면서 양국의 1차 소통 창구를 새롭게 꾸릴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골드버그 대사의 개인적 역량도 한국 대사직을 소화하기에 무리가 없다. 그는 미 국무부 내 최고위 직급인 ‘경력대사’ 직함을 가진 베테랑 외교관이다. 여기에 대북 문제에 깊숙이 관여한 경험도 있다. 2009~2010년 국무부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 일하면서 대북제재 결의 1874호 이행을 총괄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인사청문회에서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는 북한 불량 정권에 맞서기 위한 우리 억제 정책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CVID는 윤석열 정부가 내건 북핵 해법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출중한 실력에 성품도 합리적이라 한국에 어떤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든 환영했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북제재 업무가 외교관 전체 경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데다, 그가 맡은 직책에 충실한 스타일인 탓이다. 개인적 견해가 어떻든,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여전히 ‘한반도 현상유지’를 원하는 본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차기 정부가 강경이나 유화, 어느 한 쪽으로 대북정책의 방향을 잡더라도 적극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골드버그 대사는 정통 관료인 만큼 상당히 조심스럽게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