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덕수 인준, 어렵다" vs 윤석열 "그럼 총리 없이 간다"

입력
2022.05.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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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D-3, 시계 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를 향한 적의(敵意)와 전의(戰意)를 폭발시켰다.

민주당은 6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새 정부의 총리직을 맡기에 부적격하다는 판정을 공개적으로 내렸다. 국회 인준(임명 동의) 거부를 시사한 것으로,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내각이 한동안 공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과반 의석(300석 중 168석)을 점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총리 임명이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러나 민주당을 달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는 한덕수 후보자뿐"이라며, 민주당이 반대하면 '총리 없는 내각'으로 가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의 무력 시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정국은 윤 당선인과 민주당의 강대강 충돌로 얼룩질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부적격" 공식화한 민주당

국무총리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민주당 의원들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관예우 의혹 등을 해소하지 못한 한 후보자는 내각을 통솔할 총리로서 결격 사유가 차고 넘치는 인사임이 증명됐다"면서 부적격 딱지를 붙였다. 민주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한 후보자 임명 찬반 여부를 당론으로 정할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 총리 임명 동의 표결에서 일제히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호영 보건복지부·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원희룡 국토교통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 등 5명도 "국민 눈높이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명백한 부적격자"라고 선언했다. 장관 후보자는 국회 임명 동의 없이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에 임명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무더기로 반대하는 장관 후보자들을 윤 당선인이 전원 임명 강행하는 것은 협치 파기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직진 윤석열 "총리 없이 간다"

윤 당선인은 강경하다. 민주당이 총리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키면 총리가 없는 채로 정부를 꾸리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새 정부 첫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17일 문재인 정부의 김부겸 총리 제청을 받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고, '추경호 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당분간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일부 부처는 장관을 비워 두고 차관과 일하는 시나리오도 고려하고 있다. 차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즉각 임명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의 한 측근은 6일 "문재인 정부 장관들과 불편한 동거 기간을 늘릴 필요가 없다"며 "낙마한 김인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후속 인선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교육부 차관은 취임 즉시 인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계'에 격노한 윤석열… 민주당 "연계 아니다"

양측의 강대강 충돌 기류는 차곡차곡 쌓여왔다. 윤 당선인은 5일 저녁 측근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협치 정신과 경륜을 고려해 한덕수 후보자를 지명했는데, 민주당이 왜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격정적으로 토로했다고 한다. 이후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는 한덕수뿐이다, 민주당이 방해해도 함께 간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공유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세게 나오는 건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볼모 삼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을 한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은 "한덕수 후보자는 노무현·김대중 정부 출신인데, 민주당이 이제 와서 결격 사유를 찾느냐"며 "한동훈 후보자가 두려워서 한덕수 후보자를 궁지에 모는 게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에 발목 잡힌 새 정부'라는 약자 프레임을 부각시키는 게 6·1 지방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민주당은 '한덕수-한동훈 연계론'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6일 "연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한 후보자 자체에 대해 국민 과반이 부적합하다고 판정을 내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