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직 의성군수, 국힘 경선 후보에서 배제해야"

입력
2022.05.04 19:17
김주수 군수,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 중
국힘 규정상 뇌물로 기소시 자격 없어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현직 경북 의성군수를 지방선거 경선 후보 중 한 명으로 올린 국민의힘 조치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지방선거에서 법원이 후보자 경선 제외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첫 번째 사례다.

4일 대구지법 민사20부(부장 박세진)는 의성군수 선거에 출마한 최유철 예비후보가 "김주수 의성군수를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 제외해 달라"는 취지로 낸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국민의힘 경북도당이 김 군수를 경선 후보로 결정한 것은 당헌, 당규, 윤리위원회 규정,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에 위배된다"며 "(김 군수를 후보로 넣은 것은) 다른 경선 후보자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천될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군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에 윤리위 규정에 따라 당내 각종 경선의 피선거권이 정지된다"며 "김 군수는 경선 후보자에 포함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김 군수의 후보 배제의 근거로 삼은 것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이다. 이 규정을 보면 지방선거 공직 후보자가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로 기소된 경우, 기소와 동시에 당내 각종 경선의 피선거권 및 공모에 대한 응모자격을 정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민의힘 의성군수 경선에서 일부 당원들이 김 군수의 후보 자격을 문제 삼았으나, 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김 군수가 포함된 경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이달 6일과 7일에 걸쳐 4명의 후보를 올려 경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김 군수가 후보에서 제외된 상태로 의성군수 당내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올해 2월 김 군수를 업자에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또 김 군수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건설업자와 전직 군청 공무원도 재판에 넘겼다. 김 군수는 2017년 9월 부하 직원을 통해 건설업자에게 공사 수주 등을 대가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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