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이 운영하는 제주 돌고래 체험시설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이 보호 중인 큰돌고래 2마리를 또 다른 돌고래 체험시설인 거제씨월드에 무단으로 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동물단체들은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를 경찰에 고발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행정을 규탄했다.
4일 제주도청에 따르면, 제주도 해양산업과는 이날 오전 제주 서귀포시 퍼시픽리솜 현장을 방문, 큰돌고래 2마리가 지난달 24일 거제씨월드로 반출된 기록과 남방큰돌고래 1마리의 잔류를 확인했다. 이 같은 조치는 전날 제주MBC가 퍼시픽리솜의 돌고래 반출 가능성을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모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국내 야생생물법 제16조 제6항에 따라 양도∙양수시 환경부에 신고 절차를 마쳐야 하며,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는 물론 돌고래들을 몰수할 수 있다.
반면 퍼시픽리솜은 해당 환경청인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신고 필증을 발급한 3일 이전인 지난달 24일 이미 큰돌고래 2마리를 반출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해당 기업의 위법사항 여부를 조사 중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역시 거제씨월드로부터 양수신고서를 접수받지 못한 상황이다.
핫핑크돌핀스는 또 퍼시픽리솜이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큰돌고래와 남방큰돌고래 모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해양생태계법 제20조에 따르면 이동이나 이식하기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핫핑크돌핀스와 제주녹색당은 이날 제주지방경찰청에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를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동물자유연대도 두 기업을 야생생물법과 해양생태계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키로 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관련 법에 따라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의 불법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며 “이미 반출된 태지와 아랑이, 혼자 남겨진 비봉이를 위해 신속하고 치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하루빨리 최선의 해결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단체들은 퍼시픽리솜이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단독으로 돌고래들을 몰래 보낸 것은 법 위반을 떠나 상식 밖의 일이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3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거제씨월드를 실사했을 당시 2마리를 반입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거제씨월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퍼시픽리솜을 인수한 호반그룹이 반생태적, 반생명적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이 나서 그룹 전반의 윤리경영 수준을 재검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도 점검 의무가 있는 지자체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퍼시픽리솜의 돌고래들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몰래 동물들을 보내기 전 지자체가 이미 관리감독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