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대검 차장 사의 "검수완박 자괴감, 꼼수 강행 분노"

입력
2022.05.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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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법안 공포 후 고검장급 2번째
"독단적 입법 지켜보며 극심한 자괴감"
전날 권순범 고검장도 "사직으로 책임"
김오수 총장, 퇴임식 열려다 없던 일로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에 유감을 표명하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법안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된 뒤 고검장급 중에선 2번째 사의 표명이다.

박 차장검사는 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평생을 바친 검찰이 지금처럼 크나큰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먼저 떠나게 되어 너무도 미안하고 착잡한 심경"이라고 운을 뗐다. 박 차장검사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김오수 총장의 사퇴로 직무대리를 해왔다.

그는 법안 처리 과정과 관련해 "지난해 크게 바뀐 형사사법제도가 미처 안착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뚜렷한 논리나 충분한 논의도 없이 절차마저 어겨가며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입법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극심한 자괴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오로지 자신들의 방패막이를 만들고자 꼼수를 강행하는 모습에 검사로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가 치미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며 "직을 내려놓는 것 말고는 달리 저항하고 책임질 방법이 없다고 생각돼 떠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검찰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진정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있으리라 믿고 간절히 소망한다"면서 "화합하며 불의에 맞서는 당당한 검찰을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순범 대구고검장은 전날 사직인사를 남겼다. 권 고검장은 "입법 저지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 왔지만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는 없기에 사직 인사를 드린다"며 "누군가는 남아서 할 일이 있고 누군가는 떠남으로써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박 차장검사의 사표가 수리되면 총장 직무대리는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담당하게 된다. 앞서 김오수 총장이 제출한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김 총장은 퇴임식을 열려고 했지만, 대검에서 검찰 내부의 침통한 분위기를 감안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이날 "총장 퇴임식은 열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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