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은 1990~2000년대로 오면서 더욱 늘어나, 유럽국가들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지게 되었다. 과거 네덜란드, 노르웨이, 영국 등 자체 가스생산으로 60~70%를 충당하던 유럽 국가들이 매장량 고갈과 환경문제로 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 가스 수입을 늘린 결과다. 재생에너지가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탈석탄과 탈원전까지 추진되면서 유럽의 가스수요는 급증했다.
1990~2005년 러시아가 아직 강대국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을 때 미국은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을 축소하기 위하여 러시아 우회 가스관 건설에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남부가스회랑(SGS: Southern Gas Corridor)'은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과 이란의 가스를 나부코(Nabucco)라고 불리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추진하던 러시아 우회 가스관 계획은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러시아 가스 무기화를 방지하는 데 실패하였다. 아제르바이잔의 가스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는 중국으로 더 많이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해당 사업을 경제성보다는 러시아 가스 의존 완화라는 정치적 목적에 지나치게 치중했기 때문에, 유럽의 에너지 회사들이 참여를 꺼린 것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다양한 유럽국가들의 단결된 에너지정책을 도출해내는 데 실패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러시아 가스 대량 구매국들은 EC의 정책에 회의적 견해를 내비쳤고, 독일은 러시아-독일 단독 직통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가스 무기화를 사상 첫 실행에 옮겼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EU 가입에 서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친러시아 정권을 유지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세력권에 묶어 두려고 했지만, 2013년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시민혁명에 의해 물러나게 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장악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전쟁을 일으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크림반도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가스 수출은 이제 유럽에서는 한계에 달했다. 이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해야 한다는 의견이 러시아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2015~16년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구의 러시아 경제제재와 저유가 체재가 본격적인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러시아 경제에 대한 여파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였다.
2016년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의 결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처음 수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정부의 최대의 관심은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가 북서부 유럽지역으로 수출 확대되는 것을 어떻게 차단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가즈프롬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특히 저유가 체제하에서는 미국의 LNG 수출이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가스와 경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LNG로 남부와 동부유럽을 목표로 했고, 러시아는 독일, 프랑스 등 대형 소비국이 몰려 있는 북동부유럽을 목표로 했다.
러시아-독일 직통 가스관 문제로 미국과 독일 관계가 악화되고 폴란드, 리투아니아, 알바니아 항구에 미국 LNG를 위한 수입터미널을 건설하던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했다. 유럽의 가스 수요는 2021년 약 524bcm(1bcm은 10억㎥)로 이 가운데 310bcm을 수입했다. 이 중 러시아에서의 수입은 약 155bcm에 달했다.
러시아 가스 수출에 대한 제재가 단행된다면 당장 155bcm의 가스를 대체할 공급지를 찾아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러시아 가스 공급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당장은 미국 LNG 수출이 유일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