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사실상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최후 항전지’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됐던 민간인 100명이 추가로 대피했다. 제철소 지하 방공호에는 우크라이나 군인과 주민 수백 명이 아직 남아 있다. 러시아군은 피란 버스가 떠나자마자 제철소에 공습을 재개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국자적십자위원회(ICRC)는 이날 성명을 통해 “ICRC와 유엔이 함께 운영한 버스와 구급차 행렬, 개인 차량 등을 이용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있던 부상자 등 민간인 100명 이상이 인근 도시 자포리자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밝혔다. 제철소를 빠져 나온 또다른 주민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마리우폴 시당국은 민간인 최소 200명이 우크라이나군 병사들과 함께 제철소 지하공간에 갇혀 있으며 도시 전역에 주민 10만 명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민간인 대피 보장에 합의한 이후 유엔과 ICRC 도움으로 주민들이 몇 차례 탈출에 성공했다. 피터 마우러 ICRC 총재는 “아직 그곳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적대감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 인도주의적 구호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피란 버스가 떠난 직후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제철소에서 수차례 폭발음이 들린 뒤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장면도 목격됐다. 주민들이 피신해 있던 방공호 일부도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우폴을 방어해 온 아조우연대 데니스 슐레가 사령관은 “방공호 중 한 곳에서 민간인 여성 2명이 대규모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철소 안에서 의사들이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부상자 500명을 치료하고 있다”며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민간인 200명이 아직 고립돼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바딤 아스타피예프 러시아 국방부 공보실 대변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무장조직 아조우연대 전투원들과 우크라이나 부대가 휴전 상황을 전투 진지 확보를 위한 기회로 이용해 러시아군이 공격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아스타피예프 대변인은 “그들은 방공호에서 제철소 역내 건물들에서 진지를 확보했다”면서 “현재 러시아군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부대가 대포와 군용기를 이용해 이 진지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