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스물세 살의 알제리 청년 앙리코 마시아스는 프랑스 마르세유로 향하는 난민선에 몸을 실었다. 아내와 함께였다. 지중해에는 비가 흩뿌렸다. 그는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고향을 눈물로 바라보며 노래를 만들었다. 데뷔작 '안녕, 내 나라(Adieu mon pays)'는 성공했고 그는 프랑스인이 사랑하는 샹송 가수 반열에 올랐다.
"나는 아무 이유 없이 내 집을, 조국을 떠나야 하네/나의 태양, 나의 푸른 바다를 떠나야 하네/내 서글픈 삶이여, 오랜 후에도 이 기억은 생생히 살아 있으리/잃어버린 조국의 태양, 사랑했던 하얀 도시, 한때 알았던 소녀들…"
그를 가수로 만든 건 전쟁이었다. 앙리코 마시아스는 1938년 프랑스 식민지인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그가 열여섯 살인 1954년 알제리는 전쟁에 휩싸였다. 100년이 넘는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알제리 무장 독립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쟁은 초등학교 불어 선생이었던 앙리코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했다. 어머니와 누이를 전쟁 중에 잃었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이 있던 그는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고 피란민들과 함께 조국을 등졌다.
"난 모든 것이 파괴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고, 현실은 나의 이해 그 너머에 있었다. 인간들이 인간들을 죽이는 일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인간의 문제를 세상에 호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노래라고 생각했다. 가수가 되어 인간 그 자체를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노래는 인종과 종교, 국가와 이념을 초월하여 사랑과 평화와 고향과 태양을 주제로 한 것들이 많다. 그런 그에게 유엔은 1977년 '유엔 평화대사'로 임명했고, 1980년 '평화의 가수'라는 호칭을 수여했다. 팔십이 넘은 지금도 그는 노래한다.
8년의 투쟁 끝에 1962년 알제리는 마침내 독립을 쟁취했다. 그러나 프랑스 내에서는 알제리전쟁을 언급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전쟁은 '질서유지작전'으로 불렸다. 1980년대 들어서야 알제리전쟁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일었고, 참전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984년 마흔을 훌쩍 넘긴 그가 노래 하나를 발표했다. 존 레넌의 'Imagine'과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와 비견되는 반전 평화 노래다. 요즈음 그 노래가 가끔 라디오에서 들려온다. 제목부터 상징적인, 시적인 노랫말을 가진 '녹슨 총(Le fusil Rouillé)'이라는 아름다운 노래다.
누구는 총이 녹슬면 평화를 지킬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병사가 숲에 버린 '녹슨 총'이라고 노래했다. 애수에 젖은 듯, 부드럽고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우크라이나를 생각한다.
"저는 태양이 바다를 불태우는 것을 보았어요/화산으로 땅이 갈라지는 것도/사막에서 사라진 거대한 묘지와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도 보았어요/저는 별들이 하늘을 성당으로 바꾸는 밤도 봤어요/그런데 녹슨 총보다 아름다운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어느 날인가 한 병사가 집이 있는 마을로 달려가기 위해 어두운 수풀 속 어디엔가 버리고 온 녹슨 총보다 말이에요/누가 사랑보다 전쟁을 더 좋아할까요/녹슨 총보다, 더는 쓸모없는 녹슨 총보다 멋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