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PCR 검사

입력
2022.05.03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올여름 휴가는 해외로 가겠다는 이들이 적잖다. 한 설문조사에선 82%가 가까운 미래에 해외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다. TV홈쇼핑에선 유럽 여행 상품이 완판 행진이다. 코로나19 엔데믹과 일상회복, 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지면서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입국 시 음성확인서나 자가격리 등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 전인 2019년 내국인 출국자는 2,800만 명도 넘었다. 지난해 122만 명까지 줄었지만 보복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 회복은 시간 문제다.

□ 그러나 무턱대고 해외 여행을 갔다간 귀국할 때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국내 입국 전 출발일 0시 기준 48시간 이내 현지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 비행기 탑승 시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지 PCR 검사 비용이 나라마다 제각각인 데다 부담도 적잖다. 1인당 20만 원을 훌쩍 넘는 곳도 많다. 4인 가족의 경우 100만 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다. 여행을 포기할 판이란 푸념이 나오고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도 “PCR 검사를 항원검사로 대체하거나 병행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당분간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 세계적으로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사나 자가 격리를 요구하지 않는 추세인데 우리만 입국 전 현지 PCR 검사를 강제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다. 국내 확진자가 굳이 외국에서 다시 PCR 검사를 받는 게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외국인까지도 막는 조치다. 국내에선 신속항원검사 결과도 인정하면서 PCR 검사만 고집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내국인은 현지가 아닌 우리나라 공항 입국장 검사도 검토할 만하다.

□ 가급적 해외 여행을 막는 게 방역뿐 아니라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될 순 있다. 그러나 이는 한쪽만 보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해외로 나가는 게 막히면서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호텔 숙박료와 독채 펜션 요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고 있다. 대중 골프장 주말 그린피는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까지 인당 30만 원대로 치솟았다. 캐디피와 카트비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름세다. 경쟁이 없으면 경쟁력도 없어지는 법이다. 엔데믹과 함께 이젠 폭리도 끝낼 때다.

박일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