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A는 학사 사관후보생 선발시험에 합격했다. 학사사관으로 임관돼 현역장교로 복무하던 2004년 국방부 장관은 그의 학사장교 임관요건이 흠결되었다는 이유로 장교 임관을 소급해 무효로 하는 '장교임관무효'라는 인사명령을 내렸다.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강제전역을 당하고 집에 돌아오니 또 하나의 날벼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 입학 및 졸업까지 통지서가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졸지에 그는 대졸 장교에서 고졸자가 되어버렸다.
그의 어머니는 입시부정으로 아들을 대학에 진학시켰다는 이유(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다. 얼마 후 지방병무청장은 그에게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보내왔다. 장교로 복무했던 기간은 전혀 인정받을 수 없으며, 사병으로 다시 군복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절망적 상황에서 그는 현역병 입영명령 취소를 구하는 재판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그의 어머니가 징역형을 선고받아 교도소로 갈 때, 그는 사병으로 육군훈련소로 가야 했다.
때론 대학이 권세가 자녀를 부정 입학시키려고 앞장서기도 한다. E대학 입학처장은 2015년 면접위원 교수들에게 "오늘 면접 때 금메달을 가지고 올 승마 특기생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의 딸이다. 총장께 보고드렸더니, 총장님이 무조건 뽑으라고 하신다"고 했다고 한다. 면접위원이 면접고사장으로 이동할 때도 뒤쫓아가면서 "금메달입니다. 금메달"이라고 소리쳐 금메달을 가지고 온 수험생을 뽑으라는 뜻을 다시 전달했다. 그렇게 면접을 본 학생은 높은 점수로 체육특기자 전형에 합격했다. 나중에 그 학생의 입학은 취소되어 고졸로 돌아갔다. 그 학생의 어머니 최서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3년, 대학 총장과 학장은 징역 2년, 입학처장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입시부정을 감시해야 할 총장, 학장, 입학처장이 앞장서 범죄를 저질렀다. 대학이 권력 앞에 비굴하게 머리 숙인 부패의 장면이었다.
최근 고려대와 부산대는 의사가 된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에 대해 입시비리를 이유로 입학허가를 취소했다. 다만, 사회·봉사활동에 관한 거짓자료 제출을 이유로 입학허가를 취소할 때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지원자가 미성년자인 고3인 경우 거짓자료 제출에 대한 불이익을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 입학원서나 입시요강에 부동문자로 인쇄된 불이익 고지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미션스쿨에서는 장차 채플 수업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지원자와 학부모에게 확인받는다. 대학이 제출된 자료를 당락 결정의 평가자료로 실제로 활용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런 자료를 제출받고서도 평가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서류평가 속 제출된 자료들의 평가도 포함되었다면, 거짓자료 제출은 입시 부정행위로 볼 수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정 후보자처럼, 대학의 고위직 교수 자녀가 입학원서를 내고 면접 대상자가 되면 금방 소문이 퍼진다. 입시업무를 주관하는 보직교수가 면접위원 선정과 지원자의 배정업무를 맡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심을 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수 자녀가 그 학교에 지원하면 특혜 시비, 공정성 시비가 생기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정 후보자에게 '부정의 팩트가 확실'할 것을 요구한 것 같다. 그런데 부정의 팩트는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사항이다. 그러니까 조국 때처럼 수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것이다. 윤 당선자가 주창하는 공정과 상식은 누구든지 법 앞에 평등하게 대우하는 의미였다. 끊이지 않는 특권층 자녀들의 입시비리는 이미 정권의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정권교체의 단초가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