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흔한 재발성 방광염은 방광 내 미생물 생태계가 한 종류가 아닌 세 종류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순천향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단(단장 김영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 밝혔다.
항생제 내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재발성 방광염 치료에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급 국제 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신 호에 실렸다.
방광염은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에 침입해 생기는 배뇨 장애 질환이다. 여성은 요도가 짧고 요도와 항문 거리가 가까워 세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어 방광염 발생이 흔하다.
대부분 원인 균을 알아낸 다음 항생제나 항균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문제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자라 치료해도 잘 낫지 않거나 재감염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방광염은 ‘정상 소변에는 균이 없다’는 기존 학설에 따라 주로 장 등 외부로부터 균이 역주행해 생긴다고 여겨왔다.
이는 방광염의 주원인 축을 ‘장-방광 축(gut-bladder axis)’으로 보는 관점으로 현재의 항생제 내성 문제나 재발률 문제를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구단은 장-방광 축이 아닌 ‘장-방광-질 축(gut-bladder-vagina axis)’을 통해 균주가 이동하므로 방광 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가 전혀 다르게 구성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크게 △장에서 넘어온 대장균(Escherichia)이 우세 균주를 이루는 생태계 △질에서 질염을 주로 유발하는 가드넬라 질균(Gardnerella vaginalis)이 우세 균주를 이루고 있는 생태계에서 대장균과 상호작용(Quorum Sensing) △유산균(Lactobacillus)이 우세 균주를 이루는 생태계 등 세 종류다.
요로감염은 폐렴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한 재발성 요로감염과 항생제 내성은 국가마다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김영호 단장은 “현재 요로 병원체의 80%가 최소 두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MDR)으로 항생제 가이드라인에 따른 처방에도 여성 환자의 25~30%에서 방광염이 재발한다”며 “항생제 가이드라인도 국가 간 이견이 있지만, 병리 생태학적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국제적 협의가 어려웠다”고 했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로 질염 균이 방광에 들어가서 직접 병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알려진 방광염 균과 상호 작용해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며 “이는 기존 장-방광 축의 세균을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광범위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과 퀴놀론 계열에 내성이 생겨 잘 치료되지 않던 환자가 줄고, 항생제 가이드라인의 국제적 협의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