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시장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보험사의 실손보험 분야 경영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과잉진료 등의 여파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9개 보험사는 실손보험 분야에서 총 2조8,6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 3,600억 원 늘어난 액수다.
특이한 점은 실손보험 시장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 적자폭이 늘었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550만 건으로 전년(3,496만 건)보다 54만 건(1.6%) 증가했다. 보험료 수익 역시 신규가입자 증가와 보험료 인상(약 15%) 등으로 전년(10조5,000억 원)에 비해 1조 원 이상 늘어난 11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외형성장에도 보험사가 실손보험 분야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이유는 가입자의 부담비율(자기 부담)이 낮은 과거 판매상품으로 인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상품의 경과손해율(당해 사업연도에 발생한 손해율)은 전년 대비 1.3%포인트 올라간 113.1%로 나타났다.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13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특히 자기부담이 없거나 적은 1세대(2009년 9월까지 판매)와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잉진료가 보험금 누수와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상품별 경과손해율은 △1세대 127.6% △2세대 109.4% △3세대 107.5% △4세대 54.2%로, 자기부담비율이 낮을수록 손해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체 비급여 보험금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진료항목은 도수치료(12.5%)였다. 이어 ‘조절성 인공수정체(백내장 수술용 다초점렌즈)’(8.7%)가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하이푸시술 △비밸브재건술 등의 보험금 지급 규모와 비중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실손보험의 적자규모와 손해율이 높아지자 금감원은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입자가 간편하게 계약을 전환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계약 전환’을 활성화하고, 보험사의 전환노력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