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014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출한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소송의 서면 답변에서 론스타에 유리한 진술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한 후보자는 2일 청문회에서 자신이 "진술서에서 론스타의 논리를 따박따박 반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제통상 전문가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2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의 5조 원대의 국제 중재 선고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중요한 국면"이라면서 "본인이 그렇게 따박따박 반박을 했다면 2차 진술서의 내용도 시급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한 후보자가 진술서를 분실했다는 취지로 답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다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2차 증인 진술서를 냈다면 우리 정부의 소송 과정 서류에 포함해서 냈을 것이고, 한 후보자의 문서도 법무부나 론스타 사건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에 모두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론스타 측이 한 후보자의 2014년 당시 제출 서면 논리를 인용해 자신들의 진술서를 작성했다면서, 여기에 인용된 한덕수의 증인 진술서에 "대한민국 국회 또 국민 또 언론, 이 모두가 외국 자본에 대해서 정도가 너무 심하게 국수주의적인 것은 문제"라거나 "한국 사회가 외국 자본에 대해서 반감이 너무 강하다" 등의 서술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 측은 "론스타 측의 서면 진술의 일부만 떼어다가 '한 후보자가 론스타에 유리한 주장을 했다'는 주장은 무리한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자 본인은 2일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은 있지만, 기자들과 등산할 때 말한 것이지 론스타와는 무관하다"며 "론스타가 악의적으로 인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이에 대해 "본인이 대한민국 정부 문서에 첨부해서 본인이 작성한 증인 진술 조서의 내용이 문제인 것이지, 기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이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덕수 후보자 본인도 자기가 이야기했던 전체의 일부만 지금 론스타가 가져가서 쓰고 있기 때문에, 좀 억울할 것"이라면서 "본인이 억울한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자기가 했던 증인 진술서를 공개를 꼭 해 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일명 '먹튀'로 불리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에 관여한 한덕수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론스타 인수 결정에 관여했던 사람들"이라면서 "당시 론스타의 문제점들, 론스타가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부적격 문제에 대해서 그걸 (한국 정부 입장에서) 법정에서 잘못됐다고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론스타 사건'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경영권을 인수했다가 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한 후 한국 정부가 매각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5조 원대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한 사건이다.
한 후보자는 론스타의 인수 작업이 진행되던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 사이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담당했던 김앤장 고문으로 일했고, 2006년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였던 시점에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은 파산상태로 갔을 것"이라고 론스타 인수를 옹호했다. 한 후보자는 "사적으로 론스타 인수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추 후보자는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완결할 때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었고, 외환은행 매각 결정이 나왔던 일명 '10인 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는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당시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고, 2015년에는 우리 정부의 부실 대응 논란이 제기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정부 측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