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균형 전략'이 한국의 국익에 보탬이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장 후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 관영 매체에 오르내리는 충고다. 한국의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동참 움직임을 두고 "쿼드 장기판의 말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관영 글로벌타임스)거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소그룹을 만들어 지역 국가 간 상호 신뢰를 해쳐선 안 된다"(왕원빈 외교부 대변인)며 차기 윤 정부의 ‘미국 경도’에 우려와 경고를 발신하고 있다.
외교적 고립 가속화에 우군 하나가 아쉬운 마당에 한국의 전략적 균형 노선 이탈은 달가울 리 없다. "한중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시진핑 국가 주석)"이니, "한중 간 연간 교역액이 3,60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중국의 레토릭은 사실 "감히 도망 갈 생각 말라"는 점잖은 협박이다.
당선 확정 직후 부리나케 워싱턴에 정책협의단부터 보낼 정도로 동맹 복원에 매달리는 차기 정부에 이런 협박이 먹힐 것 같진 않다. 이보다는 "동맹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차기 정권의 명분 자체를 파고들 순 없을까.
차기 정부가 동맹 복원을 외교 1순위로 내세운 근거는 '북핵 위기'다. 북한에 싫은 소리 한마디 못 하고 한반도 평화만 외쳤던 문재인 정권은 더 큰 북핵 위기를 불렀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동맹 복원을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중국이 동맹에 기우는 윤석열 정권을 조금이라도 붙잡아두고 싶다면, 다시 '북핵'에 적극 관여하는 수밖엔 없다. 북한을 두둔할수록 한국의 동맹 강화 명분은 강화된다. 반대로 북한을 어르고 달래면서도 때때로 대북 압박 옵션을 꺼내들어 중국 특유의 대북 레버리지를 보여준다면, 한국의 동맹 의존도는 떨어질 수 있다.
반면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외교는 2008년 마지막 6자회담 뒤로 종적을 감췄다. "미국 편에 서면 재미없다"며 마냥 협박만 날려봐야 동맹 강화의 명분만 키워준다는 점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시진핑 권좌 강화에 집중하느라 북핵에 쏟을 관심조차 바닥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