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에 김태효(55)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내정한 것을 두고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재판에 넘긴 피고인을 외교안보정책 '키맨'으로 발탁하면서 사실상 '셀프 사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MB)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활동하며 MB의 외교안보 분야 ‘과외 선생님’으로 불렸지만, 2018년 3월 정치관여 및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위반·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기획관의 1, 2심 판결문을 보면, 그는 2012년 1~7월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근무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가 심리전단 요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우리 편, 아이디어가 충만한 사람, 좋은 사람을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인 국정원 및 기무사 문건 3건과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군사 2급 비밀 문건 1건을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고, 2심에선 벌금 300만 원 선고유예 결정이 나왔다. 검찰과 김 전 기획관 모두 상고해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검찰 안팎에선 김 전 기획관이 연루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관여 사건을 수사지휘한 인물이 다름 아닌 윤 당선인이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MB 청와대를 수사하면서 김 전 기획관을 △출국금지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불구속 기소까지 진두지휘했다. MB 청와대에서 외교분야 고위직으로 재직할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했던 인물을 같은 분야 요직에 다시 앉힌 셈이다. 김 전 기획관은 윤석열 정부에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까지 겸하게 돼 MB 정부 때보다 더욱 영향력이 커졌다.
법조계에선 윤 당선인의 김 전 기획관 발탁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자신이 수사한 검찰 수사 자체를 부정한 인사로 해석한다. 공안수사 경험이 풍부한 부장검사는 "아무리 인물이 없다고 해도 재판에 넘긴 사람을 기용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며 "과거 검찰 수사가 잘못됐거나 정치적으로 비춰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최초 보고 시간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장(육군 소장)을 국가안보실 2차장에 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