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한마디에... 온라인 뒤덮은 "소고기 먹어 죄송합니다"

입력
2022.05.01 16:25
안철수 인수위원장, 문재인 정부 지원금 비판하며
"여유 있는 분들 소고기 사먹어" 발언하자
"600만 원 균등 지원 약속 후퇴 신호" 지적
인수위 "자영업자 33조 원 규모 지원 약속 지킬 것"


"서민 주제에 소고기를 먹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먹지 않겠습니다."

지난달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의 '소고기' 발언과 함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 곳곳은 '소고기'로 뒤덮였다. 안 위원장이 소상공인 손실보상책을 밝히는 과정에서 "형편 괜찮으신 분은 돈(지원금)을 받으면 소고기를 사서 먹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비과학적인 손실 보상'을 비판하면서 "형편 괜찮으신 분은 돈을 받으면 소고기 사서 드시고 형편이 어려운 분은 가게를 운영할 수도 없고 월세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아무 도움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발언 취지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균등 지급에 대한 비판이지만 여론은 안 위원장의 '소고기 발언'에 숨어 있는 태도에 주목했다. 해당 발언에는 '균등 지급으로 지원금이 낭비됐다'는 주장이 깔려 있는데, 모든 소상공인에게 지원금을 똑같이 지급하는 대신 차등 지급으로 바꿔 원래 약속했던 규모보다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보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50조 원을 긴급 지원하면서, 구체적으로는 개별 자영업자에게 600만 원을 일괄 지급하고 그 외 손실보상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존 정부 지원안 400만 원에 600만 원을 더하면 1,000만 원이 완성된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었다.

윤 당선인은 2월 강릉 유세에서 "국민의힘은 기본적으로 1,000만 원씩 기초지원금이 나가고 거기에 더해 실질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당론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막상 안 위원장의 발표 내용을 보면 이 중 어느 것도 확정하지 못했는데, 안 위원장이 여기에 '소고기 발언'까지 더해 나빠지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인수위 홈페이지에 있는 국민이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에는 "감히 소고기를 사먹어서 죄송하다" "소고기를 안 먹겠다. 대신 600만 원 균등 지급 공약을 지켜라" 등 안 위원장의 발언을 비꼬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와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소고기는 당신들 같은 고관대작들이나 먹을 수 있다는 뜻이냐" "형편 안 좋으면 수입 소고기도 못 사 먹느냐" 같은 날 선 표현이 이어졌다.



인수위 "일부 자영업자 1,000만원 넘을 수도" 밝혔지만 '소고기' 해명은 없어



안 위원장과 인수위 측은 지난달 29일 해명에 나섰지만 문제가 된 '소고기 발언'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 코로나 특위가 만든 손실 보상방안 대원칙이 온전한 손실보상"이라며 "전반적으로 현 정부에서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두껍고 넓게 지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도 논란이 진화되지 않자 인수위는 30일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소상공인 50조 지원'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윤 당선인은 33조1,000억 원 이상을 취임 즉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긴급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 공지에 언급된 33조1,000억 원은 윤 당선인의 기존 공약 50조 원 가운데 현 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 16조9,000억 원을 제외한 액수다. 인수위는 또 "일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1,000만 원을 초과하는 지원도 계획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윤 당선인의 "1,000만 원씩 기초지원금이 나간다"는 기존의 발언과 거리가 있다.

'소고기 발언'의 주체인 안철수 위원장은 대선후보 시절 윤 당선인의 '자영업자 50조 원' 공약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원금 공약과 묶어 "정책 대결을 하랬더니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거나 "기득권 양당 후보의 '쩐의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