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코앞인데 지방 투어, 선거용 의심받을 만

입력
2022.05.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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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직전까지 지역 방문을 이어가며 지방선거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는 4월 11, 12일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전북(4월 20일) 전남(4월 21일), 부산·울산·경남(4월 21, 22일), 경기(4월 25일), 인천(4월 26일), 대전·충북(4월 28, 29일)을 두루 찾았고 강원 지역만 남겨두고 있다. 새 정부 출범부터 난관이 많고 취임하자마자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데 당선인이 지방선거에 매진할 때인가.

법규상 공백은 있지만 당선인 또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선거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신현영 대변인 논평에서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전국을 도는 모습이 민생 행보로만 보이지 않는다”며 지자체장 후보들을 동반한 행보들이 “사실상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지역민에 당선 인사를 하고 지역 현안을 살피기 위한 방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선거가 끝난 지 두 달이 돼 가는 지금까지 당선 사례라니 납득하기 어렵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지방 방문으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는데, 그것이 비판받을 만했으니 윤 당선인의 지방 방문도 문제인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방선거가 아닌 국정 준비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으로 소모적 논란을 거친 새 정부 출범은 순조롭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파행 끝에 미뤄지고 민주당은 낙마 대상으로 꼽고 있어 총리가 제때 장관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부터 불투명하다. 인수위는 소상공인 차등 보상안을 발표했다가 “공약 파기” 반발에 부딪혀 번복했는데 이제 재원 확보를 위한 추경 편성과 국회 통과가 난제로 떠오를 것이다. 취임 열흘 뒤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 준비만으로도 분초를 다퉈야 할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의 임무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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