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국정농단 뇌물 사건' 이후 약 6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던 정유라씨가 공개활동 사흘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자신과 아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도를 넘은 댓글에는 법적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정씨는 29일 페이스북에 "너무 힘들어서 이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더는 안 올리겠다"고 남겼다. 그는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며, 도를 넘은 허위사실 유포를 문제 삼았다. 특히 자신의 아이를 거론하는 댓글은 "단 한 건도 빠짐없이 법적 처리한다"고 경고했다.
정씨는 26일 유튜브 '성제준TV'에 출연해 국정농단 이후 근황을 처음 밝혔다. 그는 아이를 출산한 직후 환자용 가운 하나만 걸치고 있는 자신에 대해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며 "이게 6년 동안 민주당원들이 묵과한 인권이고 제 6년 동안의 삶"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씨와 비교하며 자신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면서도, 조씨에 대한 과한 비판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튿날엔 페이스북 공개 게시물을 올렸다. '메달을 날로 땄다'는 등 노력까지 폄하하지는 말라는 주장이 담겼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독일에 수 조 원의 비자금이 있다'는 의혹 제기는 허위 사실이라며 댓글 등으로 유포하는 경우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날 정씨는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실시간 방송에도 출연했다.
28일에도 그는 페이스북에서 자신에 대한 가짜뉴스 등을 나열하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손혜원 전 의원을 비판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어떻게 가사도우미를 쓰냐'는 지적에는 "제가 가면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지 상상이나 해보셨나"라며 가사도우미를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이렇듯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행적을 알리고 정치권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던 적극적 행보가 사흘 만에 멈추게 된 것.
정씨가 연루됐던 이화여대 학사 비리 사건은 국정농단의 도화선이 됐다. 그는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2015년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선발 당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면접관에게 보여주는 등 규정을 어겼고, 입학 후에도 대리 수강이나 대리 시험을 통해 부당하게 학점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정씨가 승마 선수 시절 탔던 말 세 필이 삼성그룹이 건넨 뇌물인지 여부도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덴마크 코펜하겐에 머물던 정씨는 그해 6월 1일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그는 한국 송환 결정에 반발해 덴마크에서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씨는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기존 전과,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 내용, 반성 정도 등을 판단해 기소를 하지 않는 처분이다. 검찰이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고, 정씨가 어머니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기소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신 어머니 최씨는 학사 비리 사건으로 2018년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다. 정씨는 현재(27일 페이스북)도 "개인 마필"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살시도·비타나·라우싱 등 말 세 필이 삼성 측의 뇌물이 맞다고 인정했다. 여기에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 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까지 더해 어머니 최씨는 2020년 징역 18년형이 추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