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로 12개월 영아가 숨졌다는 의혹을 받는 제주대병원에서, 사건 당시 간호사가 의사 처방과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투여했다는 의료 기록이 여러 차례 지워진 정황이 확인됐다.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 숨진 12개월 영아 관련 의료기록지가 여러 차례 수정된 정황을 확인, 수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오전 9시15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이 확보한 의료기록지 중 지난달 11일 오후 6시58분쯤 작성분을 보면, 이 영아가 오후 5시45분부터 숨이 가쁘고 울지 않고, 산소포화도가 처음에는 측정되다가 이후 측정되지 않아 주치의와 담당 교수, 당직 교수를 불렀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환자에 대한 조치로 코를 통해 산소 5ℓ를 줬지만, 산소포화도가 80대 후반으로 체크돼 추가로 산소 10ℓ를 공급했더니 산소포화도가 100으로 체크됐다고 기록됐다.
또 당직 교수가 오후 6시쯤 처방에 에피네프린 5㎎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라고 주문했지만 확인해보니 정맥주사로 처리했고, 환자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모니터링이 필요해 코로나 전담 병실로 보냈다는 내용도 있었다. 심장이 빨리 뛰도록 하는 에피네프린은 이 영아의 경우 0.1㎎이 적정량임에도, 그 50배에 달하는 5㎎이 주사됐다. 네뷸라이저를 통해 천천히 흡수시켜야 하는데, 정맥주사를 통해 곧바로 투여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8시59분쯤 작성된 기록지에는 당직 교수의 처방 내용이 삭제됐다. 그리고 영아가 사망한 뒤인 지난달 12일 오후 9시13분쯤 작성된 의료기록지엔 의사 처방과 간호사 처치 등이 모두 통째로 없어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간호사는 환자를 다른 병실로 이동시킬 때 환자 상태를 공유하기 위해 의료기록지를 작성하는데, 제주대병원은 의료기록지를 작성할 때 전자서명이 필수여서 추후 수정을 해도 과거 기록은 남게 돼 있다.
경찰은 피해자 진료와 관련한 기록 원본뿐 아니라 기록 수정·삭제 이력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기록지를 포함해 의료 기록과 관련한 전자자료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확인하고 있다"며 "디지털포렌식을 해봐야만 해당 의료기록지가 실제 수정된 날짜와 어떤 내용으로 수정됐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대병원 측은 "기록 조작이나 은폐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망한 영아는 지난달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 치료를 하다 상태가 악화해 11일 입원했고, 12일 숨졌다. 병원 측은 A양 치료 과정에서 담당 간호사가 의사 처방과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투여한 의료사고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당초 병원 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A양이 사망한 당일인 지난달 12일 간호사가 약물을 잘못된 방식으로 투여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다시 확인해 보니 A양 사망 전날인 지난달 11일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며 말을 번복했다.
A양 상태가 악화하자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간호사가 약물을 과다 투여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수간호사에게 알렸다. 하지만 간호원장과 진료처장 등 제주대병원 집행부에는 사고 발생 나흘 뒤인 16일에야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