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경제’를 고리로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북중 무역박람회가 7년 만에 재개되면서 정치에 이어 경제적 결속 움직임마저 뚜렷해진 것이다.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은 촘촘해질 게 뻔하고, 중국도 미국과의 갈등이 계속 격화하고 있는 만큼, 양국의 밀착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2022년 조중(북중) 국제상품전람회가 전날 온라인으로 개막했다. 오는 6월 28일까지 두 달간 열리는 전람회에서는 북한과 중국 회사들이 생산한 농업ㆍ경공업ㆍ건재ㆍ의학 부문 상품자료들이 전시된다. 2016년 북한의 4ㆍ5차 핵실험 강행으로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한 뒤 북중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된 지 7년 만이다. 비록 온라인 공간에 국한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후 국경 문을 닫았던 북한의 국외 경제활동이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박람회는 북중교역 활성화를 염두에 둔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추정된다. 박람회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보다 기업끼리 거래(B2B)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근거다. 당장 물건을 팔려는 목적보다 북중교역 정상화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특히 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대북제재로 교역이 꽉 막힌 북한에 활로를 뚫어 줄 숨구멍이기도 하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이른바 ‘신(新)냉전’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경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중 무역을 확대해 가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의 경제적 밀착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올해 1분기 북중교역액은 1억9,689만 달러(약 2,466억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배 증가했다. 1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간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북중교역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달 3, 4일 평안북도 의주와 남포항의 격리시설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방역 격리 중인 화물 양이 크게 증가했다. 다만 단둥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이 이날부터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중단하면서 당분간 직접 교역은 부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