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무기, 제재'...푸틴 압박하러 3대 카드 꺼낸 미국

입력
2022.04.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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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크라 지원용 42조 예산안 요구
美 하원, '무기대여법' 통과...신속 지원 가능
러 '올리가르히' 자금 압수 방안도 마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330억 달러(약 42조 원) 규모 추가 예산안 카드를 꺼냈다. 같은 날 미 의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제압에 사용됐던 ‘무기대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무기 신속 지원 길을 열었다.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 추가 제재에 필요한 사법단속권 강화 등의 조치도 추진한다. 미국이 ‘자금, 무기, 제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① 자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한 싸움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이 필요하다”며 추가 지원 규모를 제시했다. 무기와 군사 지원 200억 달러, 우크라이나 정부 경제 지원 85억 달러, 인도적 지원 30억 달러 등이 330억 달러 예산안에 포함됐다.

이 금액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용으로 처음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했던 136억 달러 규모 추경 예산안의 약 2.5배에 해당한다. 러시아 침공 후 미국이 지원한 37억 달러도 훌쩍 뛰어넘는 자금이다.

② 무기

미 하원은 이날 찬성 417표 대 반대 10표의 초당적 지지로 무기대여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지난 8일 상원을 통과한 터라 바이든 대통령 서명만 마치면 바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무기대여법은 1941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나치 독일에 맞선 영국군 무장을 위해 제안한 데서 출발한다. ‘미국 방위에 핵심이라고 대통령이 판단하는 외국 방위’를 위해 군사장비 대여 행정 절차를 간소화한 게 핵심이다.


미국은 최근 155㎜ 곡사포 90문과 자살폭탄용 드론 등 중화기나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를 조금 더 신속하고, 더 장기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제이미 라스킨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 법 덕분에 영국과 윈스턴 처칠이 미국 참전 이전까지 파시스트 나치의 폭격에 맞서 싸워 생존할 수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생존을 위한 무기 지원 요구에 미국이 화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③제재

러시아 정치ㆍ경제ㆍ산업 전반에 제재 포위망을 펼친 미국이 이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위세력으로 자리한 올리가르히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의 재산 동결 및 압수를 위해 사법단속권을 강화하는 ‘리코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리코법은 과거 마피아 소탕을 위해 제정됐다. 미국은 올리가르히 재산을 압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겠다는 방안까지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폴란드 불가리아 등 유럽 국가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며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데 맞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가스를 빌미로 러시아가 협박하고 있는 유럽 동맹을 돕기 위해 한국 일본 카타르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라고 선도 그었다.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동원해 러시아와 대리전을 치르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에 항전하는 것을 돕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핵공격, 3차 세계대전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며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