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 동안 부쩍 잦아진 동아시아 지역 태풍과 이에 따른 호우 피해가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온난화 때문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현상 사이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29일 이런 내용의 김형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논문이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엔 김 교수와 교토 첨단 과학대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함께했다.
최근 수십년간 태풍에 의한 호우 빈도가 크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홍수나 산사태 등의 재해 발생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태풍이 우연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기후 시스템이 자연적으로 변하는 과정일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 50년간 중국 남동부 연안부터 한반도, 일본에 걸쳐 호우의 빈도가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남쪽 지역 호우 빈도는 줄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서울, 도쿄, 베이징 등 거대 도시들이 몰려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에 지구 3차원(3D)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실험을 통해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있는 지구와 그렇지 않은 지구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온난화 영향을 배제하고는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단 사실이 세계 최초로 증명됐다.
연구팀은 "온난화 영향은 동아시아 연안 지역에서 태풍 호우 빈도를 증가시키는 한편, 저위도의 넓은 영역에서는 감소시키고 있다"며 "관측과 시뮬레이션의 공간 패턴이 일치하는 것은 우연성이나 자연변동성이 아닌 기후변화의 필연적 결과"라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는 북서태평양 지역 기후변화 예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책에 있어 투자의 비용과 효과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정확한 기후변화 영향평가가 필수적"이라며 "기후변화가 동아시아 지역 태풍에 주는 영향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