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간보기? '입법 독주' 부각?... 윤 당선인 측이 '국민투표' 미는 이유는

입력
2022.04.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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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국민투표 불가" 입장에
장제원 "월권" 비판하며 법개정 의지
"여론전 통해 민주당 법안 양보 기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저지를 위해 국민투표를 승부수로 던졌다. 국민의힘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 있지만, 입법을 저지할 현실적인 수단이 없는 만큼 결국 기댈 곳은 여론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수당의 '입법 독주' 프레임을 부각시켜 여론전에 나서는 동시에 6·1 지방선거에 앞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8일 현행 규정으로는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에 대해 "합의제 기관인 중앙선관위가 안건으로 상정해 결론이 난 것도 아닌데, 사무처 직원들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그가 검수완박에 대해 6·1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히자, 선관위 측이 "국민투표법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조항(제14조제1항) 때문에 현행 규정으로는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장 비서실장은 "국민투표는 (재외국민의 참여를 제한하는) 투표인 명부 문제만 정리를 하면 입법이 어렵지 않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이날도 윤 당선인에게 국민투표 방안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윤 당선인 측이 국민투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 전에 여론을 떠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이 국민투표 추진에 의지를 보이면서 국민의힘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인수위 측과 소통해 당에서 지원이 필요한 게 있으면 재외국민에 대한 부분은 즉각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선결 과제인 입법 추진에 나설 의향을 밝힌 것이다.

다만 당내에선 온도차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국민투표는 아이디어 수준으로 거론됐을 뿐인데 장 실장이 발표할 줄은 몰랐다"며 "당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국민투표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더라도 민주당이 국민투표법 개정에 협력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국민투표가 성사된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결과에 따라 새 정부 초기 국정운영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이 그럼에도 국민투표 카드를 접지 않는 것은 여론전 성격이 강하다.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를 언급하는 것이 민주당의 입법 독주 프레임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여론조사 결과도 불리하지 않다. 19~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5%가 "검찰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검수완박에 반대했다.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국민투표 실시 여부와 별개로 민주당이 여론에 부담을 느껴 법안을 일정 부분 양보한다면 공론화 작업의 성과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