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도 '검찰 정상화'도 아닌 누더기 법안

입력
2022.04.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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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본회의 회기 쪼개기 방식으로 다음 달 3일 국무회의 통과까지 밀어붙인다는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국민의힘은 국민투표까지 들고나왔다. 그러나 본회의 처리를 앞둔 법안에는 여야 합의의 핵심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조항이 빠지는 등 중재안에서 한참 후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몇 개 검찰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는 변화에 불과한데 과연 정치권이 사생결단식 대결을 벌일 사안인지 의문이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의 큰 틀은 검찰 수사ㆍ기소권 분리 원칙이다. 중수청이 출범하는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검찰을 기소 전담 기관으로 만든다는 세부 항목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런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개정안에는 중수청 설치나 이를 위한 사개특위 구성 계획 등이 모두 빠져 있다. 한시 조항이 사라지면서 부패ㆍ경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검찰이 계속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검수완박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74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변화라는 수사도 무색해 졌다.

졸속 입법 과정에서 개정안은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당초 여야 합의안은 ‘부패 범죄, 경제 범죄 중’으로 검찰 직접 수사범위를 제한했으나 본회의에는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으로 바뀐 수정안이 올라갔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반발을 수용해 ‘중’이라는 문구를 ‘등’으로 바꾼 것인데, 시행령을 통해 수사 범위 확대의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공범이나 여죄 수사가 힘들어진다는 수사 현장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는 검찰 보완수사 규정은 걸러지지 않았다.

개정안은 결국 검수완박도 검찰 정상화도 아닌 누더기 입법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이 공청회도 한 차례 없이 개정안을 발의하고 꼼수 사보임과 위장 탈당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해 밀어붙인 결과다. 국민의힘은 중과부적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중재안 번복이라는 보다 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