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초유의 권한쟁의심판 카드 꺼냈지만… '당사자 적격' 인정받기도 만만찮아

입력
2022.04.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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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등 과거 두 차례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
법조계 다수 "청구 당사자 될 수 없어" 각하 전망
"영장청구권·총장 임명 내용 있어 가능" 의견도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검찰이 권한쟁의심판 등 헌법상 쟁송 방안에 대한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 법안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해 검찰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이 청구 당사자로 인정받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전을 치르고 싶어도 링에 오르지도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권한쟁의심판 최초로 던지나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 위헌 대응 태스크포스(TF)는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을 다투기 위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준비에 착수했다. 대검은 헌법재판소법 제61조에 명시된 '국가기관 간 권한 다툼이 있을 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헌재에 국회의 입법 절차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또는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를 다루는 절차다.

검찰이 과거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헌재 문을 두드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03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팀을 상대로 검찰이 청구를 검토했고,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청구를 고려했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최후의 카드'로만 검토했을 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당사자 적격성 놓고 공방 예상

법조계에선 대체로 검찰이 권한쟁의심판 청구 당사자가 될 수 없어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기관 △헌법 법률상 독자적 권한을 갖는 기관 △다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한 방법이나 없는 경우 등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당사자 적격을 인정하는데, 검찰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헌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 역시 인권위가 헌법이 아닌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란 이유로 각하 처분을 내렸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검찰 역시 인권위와 마찬가지로 검찰청법에 의해 설치된 만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위한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권한쟁의심판 청구 가능하단 의견도

하지만 검찰도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격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이 보장한 영장청구권에 포함돼 있는 만큼, 수사권 박탈을 헌법에 위배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총장 임명과 관련한 내용이 헌법에 명시돼 있기에, 검찰의 당사자 적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본회의 부의금지 가처분신청 인용도 쉽지 않아

검찰이 초유의 권한쟁의심판 카드를 꺼내면서,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효력정지 및 부의금지 가처분신청을 헌재에 제기한 것을 두고도 이목이 쏠린다. 국회 본회의 통과 전 유일하게 입법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4월 30일과 5월 3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헌재가 그전까지 가처분신청 인용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헌재 관계자는 “가처분신청은 권한쟁의심판을 전제로 심리에 착수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해야 한다”며 “이날(28일) 청구해도 5월 3일까지 위헌 여부와 가처분 인용 여부를 판단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측은 “조만간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입법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도 가처분신청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