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끝낸 북한, 윤 당선인 '흠집내기'로 핵 도발 명분 축적

입력
2022.04.28 20:00
선전매체들, 차기 정부 전방위 비난 개시
최근 美 아닌 南에 초점... "도발 근거 쌓기"
내달 취임식·바이든 방한, '디데이'로 유력

열병식을 통해 핵 선제공격 의지를 드러낸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강경 대북정책은 물론 노동ㆍ외교관 등 윤석열 정부의 각종 행보에 ‘흠집내기’를 시도하면서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7, 28일 연이틀 윤 당선인을 향해 날을 세웠다. 먼저 논평에서 윤 당선인이 앞서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을 두고 “정치간상배의 역겨운 사죄놀음” “마귀의 발바닥이라도 핥아줄 심산인 추태”라고 맹비난했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한국노총 출신 이정식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는 “한국노총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면서 ‘주 120시간 노동’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등 대선후보 시절 논란이 됐던 윤 당선인의 발언을 다시 끄집어냈다.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는 윤 당선인 관저를 둘러싼 남측 내 잡음을 거론하며 “외교자산 강탈 행위로 (남측에서도) 외국 사절들과의 외교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난감한 일이라고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대북기조뿐 아니라 차기 정부에 대한 불만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나선 셈이다.

이는 최근 미국보다 남측에 초점을 맞춘 북한의 대외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은 지난달 ‘모라토리엄(발사 유예)’을 파기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미국에 ‘강 대 강’ 대결을 선언했지만, 16일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신형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하고 25일 열병식에서 재차 공개하는 등 이후 행보는 남측을 겨냥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근본이익을 침탈하면 핵을 사용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 역시 윤 당선인의 대북 ‘선제타격’ 언급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 새 정부의 약점에 비난 공세를 퍼부어 향후 도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의 추가 무력시위는 ‘시간문제’라는 결론에 이른다. 내달 10일 윤 당선인 취임식 전후와 20~22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등 두 ‘빅 이벤트’가 디데이로 유력하다. 북한은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8일 시작해 이날 끝난 전반기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기간에도 과거와 달리 당국 차원의 공식 반응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핵도발 무대인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공사가 내달 초쯤 끝날 가능성이 큰 것도 이런 시나리오에 무게를 더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윤 당선인) 취임식을 전후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