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정호영의 재산증식법... 세입자에 부인 지분 10%, 월세 체납이자 20%

입력
2022.04.29 04:30
6면
기존 상가 세입자들 명도소송으로 내보내 
증축 후 첫 세입자 매장, 공동사업자로 부인 설정 
"임대소득과 매장 지분소득 분산... 증여 확인해야" 
아파트 월세 체납 세입자에게 '이자율 20%' 소송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4층짜리 상가 건물을 증축하기 위해 명도소송을 통해 기존 임차인들을 내보내고 임대소득을 불려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후보자 부인은 건물 증축 후 계약한 세입자 매장의 공동사업자로 등록됐던 것으로 드러나, 지분투자금을 남편에게 증여받은 게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용실 소매점 명도소송으로 내보내고 건물 증축

28일 한국일보 취재와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대구 동성로의 4층짜리 상가 건물을 1994년 부친에게서 상속받아 2006년 소유권 등기를 완료했다. 당시 이 건물엔 미용실과 소매점, 약국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월평균 100만 원대의 임대료를 냈다.

정 후보자는 2007년 해당 건물 1층 소매점과 3층 미용원 세입자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세입자들은 임대차계약이 2008년 말까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계약기간을 오인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상가 건물을 증축했고, 2008년 11월 제1종근린생활시설로 건물 표시변경을 마쳤다. 정 후보자는 현재 건물 1~3층에 자리 잡은 휴대폰 액세서리 업체로부터 월 2,300만 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건물 증축 전 임대소득의 6배에 달한다.

세입자 매장에 부인을 공동사업자 설정

정 후보자가 동성로 건물 임대소득으로 인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 부인을 세입자 매장의 공동사업자로 설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정 후보자 부인은 2008년 12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증축 건물 1~4층에 들어온 스포츠의류업체의 공동사업자로 설정돼 지분 10%를 보유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임대소득과 매장 지분소득을 부부가 분산하면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며 "다만 지분 획득을 위해 정 후보자가 부인에게 증여한 금액이 있다면 적절한 신고가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부부간 증여액이 10년간 6억 원을 초과하면 증여세 신고 대상이다. 정 후보자 측은 "당시 매장 세입자가 요구하는 조건대로 계약했다"며 "문제될 것을 알았다면 공동사업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임대료 연체이자율 20% 소송도

정 후보자는 2012년 대구 남구에 보유 중이던 아파트 세입자가 석 달간 월세를 체납하자 연 20%의 연체 이자율을 적용해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세입자는 별도로 변론하지 않아 법원은 정 후보자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임대료 체납 이자율엔 법적 한도가 없지만, 보증금을 소진하기도 전에 20% 이자율로 소송한 것은 지나친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 측은 "승소 후 세입자가 임대료를 모두 내고 이사해 실제 20% 이자율로 집행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동성로 상가 건물을 통해 막대한 임대소득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영세 소상공인 생활안정을 위해 마련된 '노란우산 공제부금'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종윤 의원은 "기존 세입자들을 명도소송으로 쫓아낸 건물에서 월 2,300만 원 임대소득을 올리면서도, 정작 소상공인 혜택을 받은 후보자가 고위공직자로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부부간 증여액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탈세가 없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대구=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