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편파 판정' 항의 뒤 국제심판 자격 박탈 최용구 "후회 안 해"

입력
2022.04.28 15:00
최용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심판 
"ISU 기술위로부터 '심판리스트 제외' 통보 받아"
"오심 반복되면 고의...다시 돌아가도 항의할 것"
"ISU 기술위원회 선거 나가서 기술위원 되고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되자 기자회견까지 열어 적극 항의했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심판인 최용구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이사는 28일 ISU로부터 국제심판 자격 박탈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해 "올림픽 때 충분히 각오하고 기자회견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 이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8일 ISU 기술위원회로부터 박탈이 아니라 'ISU 심판리스트에서 제외'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각오를 하고 기자회견을 한 건 우리 선수들이 많은 시합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정말 각오하고 기자회견에 응했다"고 전했다.

최 이사는 ISU 국제심판 규칙에 특정 국가를 대변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내용을 언급하며 "심판은 어떤 대회에서든지 심판을 맡은 사람이 판정에 대해서 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선수들을 위해서 반박했던 것이고, 추후에 우리 선수들이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편파 판정 했던 영국의 피터 워스 심판은 왜 징계를 받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ISU에 30여 명의 심판이 있는데, 그 당시에 심판을 맡은 사람은 톱랭킹에 첫 번째, 두 번째에 속할 정도로 아주 우수한 심판"이라며 "우리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와서 심판을 봤던 사람이고 저 또한 이 심판을 존경한다"고 워스 심판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판단은 정말 잘못했다"며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수용을 해야 된다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오심이 반복되면 고의"라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앞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전에서 황대헌 이준서가 나란히 실격되면서 편파 판정 논란이 일었다. 결국 해당 경기에선 중국 선수(런쯔웨이)가 금메달을 가져가면서 '홈 텃세'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결승전 당시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가 1위로 들어왔지만 이 역시 심판 판정에 의해 반칙으로 실격 처리됐다.

최 이사는 당시 준결승에서 우리 선수들이 실격된 것에 대해 "황대헌 선수가 먼저 실격 받았는데 '저거를 실격을 줘?' 그런(편파 판정) 생각이 들었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이준서 선수까지 실격당하는 걸 보고 정말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저도 경기를 제3자 입장에서 봐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일부러 관중석에 있었는데, 각국 선수단이나 팀 리더들, 이런 사람들도 다 '왜 어떻게 저걸 실격을 주지?'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뭔가가 개입된 의도적인 오판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판정은 고의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피해 입은 것뿐만 아니라 경기 초반에 또 다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거는 어떤 올림픽이 어떤 특정 국가를 밀어주기 위해서 그런 판정을 내리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항의 기자회견 하실 것인가'라는 말에 "당연히 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불이익 당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그거 하나 때문에 기자회견 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SU 기술위원 되는 게 목표"

최 이사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ISU 기술위원 선거에 나가서 기술위원이 되고 싶다. 이런(편파 판정) 부분들을 없애려고 노력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ISU 기술위원의 꿈을 가진 배경에 대해 "저도 심판이기 때문에 양심상 심판 활동을 접으려고 한다"며 "제가 어떤 특정 심판이나 결과에 대해서 이렇게 판정을 하고 판단을 했고 또 반박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저의 징계사유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높은 데로, 기술위원회로 진출해서 심판 양성 및 국제심판 교육을 통해 앞으로 선수들한테 이러한 불이익 받지 않게끔 제도 개선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심판 자격 박탈이 기술위원 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ISU가 다른 나라에서 이의제기를 했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 확인해 보셨느냐'는 질문에 "기술위원회에서 제일 문제 삼았던 부분은 심판이 판정에 대해서 기자회견을 한 부분이었고, 그 결과를 보고 두 나라에서 '심판이 어떻게 이런 기자회견을 하느냐'고 이의제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그것도 수준이 낮은 국제심판이 아니고 최상위급에 있는 ISU 심판이 기자회견 한 것에 이의제기 했다고 들었고, 두 나라가 어디라는 건 못 들었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