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삼촌, 아재가 아니다

입력
2022.04.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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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종업원을 '삼촌, 이모'라고 부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혈연관계에서 쓰이는 호칭 표현이 본래 쓰이던 울타리를 넘어 확장되어 사용된다. 최근 제주 지역이 배경인 드라마에 '삼촌'의 다른 유형이 보이는데, 친족 어휘 중에 '삼촌'처럼 지역에서 특색 있게 사용되는 것도 있다.

제주 출신 소설가 현기영의 작품 '순이 삼촌'(제주에서는 '삼춘'으로 발음한다.)을 읽은 사람은 알 테지만 제주에서 '삼춘'은 아버지의 남자 형제만을 뜻하지 않는다. 제주에서 '삼춘'은 동네에서 나이대가 있는 이웃 어른을 남녀 구분 없이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을 '삼춘'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낯설지만 제주 사람들의 '삼춘'은 오롯하게 제주 지역의 언어문화를 상징하는 표현 중의 하나다.

'삼촌'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낱말인 '아재'는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 걸쳐 사용되는 말이다. '아재'는 '아재 개그, 아재 감성, 아재 춤, 아재 메뉴'에서처럼 '(유행에 뒤떨어진) 중년 남성'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아재'는 전국적으로 남성을 지칭할 때 쓰이는데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특이하게 '이모, 고모, 시누이' 등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쓰여 그 지역의 언어문화를 형성한다.

'삼촌, 아재'처럼 한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쓰는 낱말들이 일부 지역에서는 독특한 쓰임을 얻어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언어문화를 만드는 점이 흥미롭다.

이제는 점차 지역 언어 사용자가 줄기도 하고 표준어나 다른 지역 언어와 접촉이 많아져 지역 언어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제주와 강원에서 특색 있게 쓰이는 '삼촌, 아재'가 계속 남아서 지역의 언어문화로 생생하게 전승되길 바라는 마음은 지나침 욕심일까?

황용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