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전격 중단하자, 유럽연합(EU)은 “러시아 화석연료 시대는 끝났다”며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각 나라들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를 나눠주고 있다. 미국도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수출량을 늘리며 후방 지원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가스를 이용해 협박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모든 회원국 및 국제 파트너들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대체 물량 확보와 비축량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서도 “인접국들이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며 이날 오전부터 두 나라로 흐르는 가스관을 잠갔다. 러시아는 비우호적인 다른 유럽 국가도 똑같은 조치를 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도 놨다.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가즈프롬의 결정이 유럽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EU 회원국 사이에 분열의 씨를 뿌리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다시 한번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유럽에서 러시아 화석연료 시대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며 “다음달 중순 녹색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로 EU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미 에너지부는 이날 자국 에너지기업 2곳을 대상으로 가스 수출을 하루에 1,415만㎥가량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동안 250만 가구가 난방을 할 수 있는 양이다. 다만 늘어난 수출 물량이 어느 나라로 가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달에도 하루 2억388만㎥ 추가 수출을 허용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가스 수출 중단에 대해 “이미 예상했던 에너지 무기화 조처”라고 비난했다. 또 지난달 미국이 EU와 함께 에너지 확보 문제를 다룰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킨 사실을 소개하며 “유럽을 압박하기 위해 에너지를 이용하는 러시아를 제압하고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올 여름까지 LNG 물량 일부를 유럽에서 사용하도록 전용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동절기가 지나 LNG 수급 상황에 여유가 생겨 국내 수급이나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일부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LNG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구체적인 공급 시기나 물량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