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자동차대출(오토론) 취급액이 1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은행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오토론이 포함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DSR 규제를 받지 않는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달 신차 구매 대상 오토론 취급액은 574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157억 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규모다. 2020년 3월(819억 원)과 비교해도 200억 원 이상 줄었다.
은행권은 DSR 규제에 오토론이 포함된 것이 실적 악화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DSR 규제(1금융권 기준 연간 대출원리금을 소득의 40% 이내로 제한)가 강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DSR 규제가 강화되면 차주들이 제일 먼저 줄이는 게 자동차 관련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를 예상한 은행권은 2020년 금융위원회 옴부즈만(금융규제 정비 자문기구)에 "오토론을 DSR 규제에서 제외해달라"고 정식 건의하기도 했다. “오토론은 자동차 구입 목적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당시 금융위 옴부즈만은 “DSR 산출 대상 제외 항목은 생계형 자금 위주”라며 은행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을 ‘이중 잣대’라고 지적한다. 오토론과 비슷한 성격의 대출상품인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은 DSR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가 은행권의 오토론 실수요자 중 상당수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우리카드)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9조7,664억 원으로, 전년(8조6,638억 원) 대비 12.7%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같은 금융상품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한도와 금리 등을 비교해 더 유리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형평성 논란에도 금융위는 현재의 규제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오토론을 DSR 규제에서 빼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