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우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국무위원장이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대에만 부여된 ‘대원수’ 견장을 달고 등장한 데 이어, 북한 매체들도 일제히 최고지도자 찬양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붙은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ㆍ아버지 반열로 지위를 격상시켜 ‘김정은주의’를 통치 이념으로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27일 ‘만고절세의 영웅 김정은 만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은) 천재적 예지와 비범 특출한 영도력, 무비의 담력”을 지녔다고 극찬했다. 신문은 또 정론에서 각계의 열병식 반응을 전하며 “압도적 군사력을 갖춰주신 불세출의 위인에 대한 고마움의 정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탁월한 영도자를 만나면 약소국도 강국으로 된다” 등 찬양 일색 문구로 도배했다.
낯 뜨거운 미사여구만 동원된 게 아니다. 김 위원장 스스로 열병식에서 ‘복장 정치’를 선보였다. 흰색 군복 상의, 이른바 ‘원수복’을 입고 연단에 섰는데 양쪽 어깨 위에는 대원수 견장이 달려 있었다. 원수 계급장은 큰 별 뒤에 목란이 반만 감싸고 있지만, 대원수 계급장에는 목란이 전체적으로 둘려 있다. 북한에서 대원수 칭호는 김일성 주석과 사후 추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뿐이다. 선대 지도자에게만 허락됐던 최고 명예를 꿰차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대원수 견장을 단 게 맞다”면서 “승격을 암시하는 신호”라고 말했다.
우상화 강화 조짐은 올 들어 특히 두드러진다. ‘김일성ㆍ김정일주의’를 대체하는 새 통치 이념으로 김정은주의를 공식화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북한 내부에서 대두된 김정은주의는 우리국가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운 독자적 사상체계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올 1월 고위 간부들을 모아 김정은주의 연구를 본격화했고, 이달 11일엔 김일성ㆍ김정일을 기리는 조선혁명박물관에 ‘김정은 전시실’이 신설되기도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올 초 “김 위원장이 국가기구 개편을 통해 우상화를 강화한 뒤 ‘국가주석’직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자신감은 경제적으로 궁핍해도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을 것”이라며 “권력 집중 행보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