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게임업계 지존으로 알려진 블리자드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포함한 기존 주력 게임의 하락세가 뚜렷한 데다, 출시를 앞둔 오버워치2 등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예전만 못하다.
블리자드의 추락세는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모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급감한 17억7,000만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그쳤다. 블리자드는 2000년대 초반 글로벌 히트작인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시리즈 등을 쏟아낸 게임사로, 지난 2008년 액티비전과 합병됐다.
더 큰 문제는 이용자 수에 있다. 1분기 월간활성화이용자(MAU)는 3억7,200만 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4.4% 감소했다. 1년 만에 우리나라 인구 수보다 많은 이용자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에서 떠난 셈이다.
블리자드만 떼어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참담하다. 블리자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한 2억7,000만 달러(약 3,400억 원)에 머물렀다. 2,700만 명이었던 MAU는 1년 만에 19% 줄어든 2,200만 명으로 추락했다. 4년 전(3,800만 명)과 비교하면 40% 가까운 이용자가 사라진 꼴이다. 블리자드가 MAU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6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블리자드의 추락은 2005년 출시 이후 최고 히트작으로 자리했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부진에서 출발했다. 특히 가장 최근의 확장팩인 '어둠땅'은 2020년 출시 첫날 370만 장을 팔아치우면서 초반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일관성 없는 캐릭터와 줄거리로 팬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최근 공개된 어둠땅의 후속 확장팩 '용군단'의 예고편에 대한 게임업계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기존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출시 예정인 신작들 또한 신통치 않아서다. 신작의 대부분이 '과거의 영광'에 기대고 있다. 당장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래식은 지난 2008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전성기를 이끌었던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에 대한 재출시 작품이다.
연내 출시 예정인 1인칭 슈팅게임(FPS) 오버워치2에 대한 반응도 냉담하다.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공개 테스트에 들어갔는데, 기존 팀당 인원이 6인에서 5인으로 변경되고 새로운 전장과 신규 캐릭터 등장 이외의 달라진 부분은 찾기 어렵다.
궁지에 몰린 블리자드는 출구 전략을 모바일에서 찾고 있다. 우선 디아블로 IP를 활용한 블리자드의 첫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이 오는 6월 3일 전 세계에 동시 출시된다. 지난 2018년 개발이 알려졌을 당시 모바일 게임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졌던 컴퓨터(PC) 게이머들로부터 조롱까지 받았지만, 사전 예약자만 3,000만 명을 넘어섰다. 다음 달 4일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배경으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 온라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