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과 한국ㆍ일본 등 40여 개 나라 국방 당국자를 모아 우크라이나 방어 지원 협의체를 만들었다. ‘러시아 군사력 약화’라는 중장기 목표를 향해 서방의 조직적인 힘을 규합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핵전쟁ㆍ3차 세계대전 위협 발언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하는 등 미러 대결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유럽 내 미군 최대 거점인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 방어 자문회의’를 주재했다. 이틀 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지난 62일간 이어진 전쟁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을 약속했던 내용을 구체화하는 자리였다.
이번 회의에는 주로 유럽 국가들이 참여했고, 이스라엘 케냐 일본 튀니지 카타르 등도 국방장관 혹은 고위 당국자를 온ㆍ오프라인으로 참석시켰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한국 역시 화상으로 이번 회의에 참여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필요에 맞출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웃 국가를 위협하는 일이 더 힘들어지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줄어들기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 2월 침공 이후 지상전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지적한 뒤 “군사력 측면에서 러시아는 (전쟁) 시작 시기보다 약하다”라고 평가했다. 또 우크라이나 방어 전력 점검과 지원을 위해 매달 연락그룹 온ㆍ오프라인 회의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해 30여 개 국가는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에 50억 달러(약 6조3,000억 원) 규모의 무기를 공급했고, 이 가운데 미국이 지원한 몫만 37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주요 당국자들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25일 핵전쟁ㆍ3차 세계대전 위협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미 CNN 인터뷰에서 “고위 지도자가 핵무기를 과시할 때마다 모두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방어 자문회의에선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잔혹한 침략 전쟁은 미국 외교의 힘과 용도를 날카롭게 부각시켰다”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러시아군 정보조직 총정찰국(GRU) 74455부대 소속 해커 6명의 신원과 위치 정보를 제공할 경우 최고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17년 6월 ‘낫페트야’로 알려진 악성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미국 병원, 대형 제약사, 민간기업 컴퓨터에 침투, 총 10억 달러의 손실을 야기했다는 게 미국 정부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