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교체 선수’ 김인태(28·두산)가 입단 10년 만에 잠재력을 터트리며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인태는 27일 현재 타율 5위(0.346) 최다 안타 공동 6위(27개) 등 입단 이후 최고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26일 잠실 NC전에서 리그 최고투수 드류 루친스키를 상대로 3안타를 몰아치더니 27일에는 1회 결승 득점을 포함해 4타석 1타수 1안타 3볼넷으로 전 타석 출루에 성공하며 6-5 승리에 앞장섰다. 올 시즌 21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안타 경기는 단 2경기에 그칠 정도로 꾸준함도 갖췄다.
김인태는 2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직 시즌 초반이라 좋다 나쁘다 예단하긴 어렵다”면서 “시즌 중반이나 말미에 페이스가 떨어질 수 있다. 지금 좋은 컨디션을 끝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몸을 낮췄다.
2013년 ‘5툴(공·수·주·힘·정확도) 플레이어’로 기대를 받으며 두산에 입단(전체 4순위)했지만 2016년에야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대타나 교체 선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좀처럼 주전으로 올라서진 못했다. 박건우(현 NC)와 김재환 정수빈 등 화려한 외야 라인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데뷔 이후 최다 경기(133경기·418타석)를 소화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박건우가 NC로 이적하면서 전 경기 선발 출전 중이다. 김인태는 “지난해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게 올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면서 “시즌 직후 생각보다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면서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중심에 최대한 맞혀야 그나마 타구가 멀리 나간다. 중심에 맞히려고 집중하다보니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최근 좋은 컨디션의 원인을 설명했다.
그간 대타로 주로 출전하면서도 선구안이 좋아 타석 대비 볼넷이 많은 까닭에 출루율이 좋았다. 실제로 지난 2020년 타율은 0.202에 그쳤지만 출루율은 무려 0.370으로 리그 상위권이었다. 2018년(타율 0.263, 출루율 0.343)과 2021년(타율 0.259, 출루율 0.373)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런데 올 시즌엔 타격까지 좋아지면서 출루율이 리그 5위(0.433)까지 올라 있다. 김인태는 ‘출루율이 좋은 이유’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출루를 해야 기회가 생기고 팀 승리에 도움이 된다. 매 타석 출루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집중하려다 보니 조금씩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석에 선 횟수는 적었지만, 유독 여러 차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며 팬들에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인태는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방’으로 2019년 NC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꼽았다. 당시 김인태는 4-5로 뒤진 8회말 2사 1루에서 좌중간을 꿰뚫는 극적인 3루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두산은 결국 9회말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SK(현 SSG)를 제치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이 경기 승리로 두산은 ‘미라클 두산’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한편 △최다 경기 차 정규시즌 역전 우승(9경기) △역대 최초 끝내기로 정규 시즌 우승 확정 등 각종 진기록을 세웠다. 김인태는 그러면서 △2021시즌 한화전 1-3으로 뒤진 9회초 2사에서 나온 대타 역전 3점 홈런 △2021 플레이오프 1차전 KT전에서 2-2로 맞선 9회초 대타 결승타 등도 잇달아 떠올렸다. 그는 “몇 개 없어서 그런지 다 기억난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극적인 장면을 선보일 것을 약속했다.
시즌 목표는 역시 팀의 ‘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그는 “모든 팀의 목표겠지만 우리 두산도 그동안 이어져왔던 좋은 성적을 올해도 다시 한번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 목표에 대해서는 “(안타 개수나 타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삼으면 부담이 생기고 좋았던 페이스가 흔들릴 수 있다”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난 시즌보다 좋은 수치상의 결과가 나와 ‘작년보단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면서 “나부터 좋아진다면 팀 성적도 자연스레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