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가 가속화하자 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압박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폴란드와 불가리아 천연가스업체들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으로부터 27일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러시아는 폴란드 측에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두 나라가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를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에 러시아 가스구매대금 결제를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한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폴란드와 불가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계약 위반이라며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U집행위원회도 EU내 가스수입업체들에 계약대로 약속된 통화로 결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의 60%는 유로화로, 나머지 30%는 달러화로 결제해왔다.
폴란드는 벨라루스와 독일 등을 거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왔다. EU 가스네트워크연합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폴란드로 유입되는 가스량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3대 주요 가스관 중 하나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한 뒤 “우리는 가즈프롬으로부터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면서 “폴란드 가스 저장고는 76% 채워진 상태고, 폴란드는 가스공급처 다양화를 위해 준비해왔기 때문에 폴란드 가정에는 가스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공급 중단을 통보 받은 불가리아 당국도 “불가리아는 현재의 계약에 따른 의무를 다했고 계약 조항에 맞춰 대금도 적기에 지불해왔다”며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에 따른 대체 공급원을 찾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불가리아는 전체 가스 수입량의 9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유럽의 가스 거래 가격이 17% 급등했고,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3% 상승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