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경고 날린 러, "미일 합동 훈련은 안보위협… 확대 시 보복"

입력
2022.04.26 21:54
'영토 분쟁' 쿠릴 열도 영유권 재확인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가장 적극적인 일본에 잇단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해군 연합훈련을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확대한다면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언급하면서 외교적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차관은 미국과 일본이 해군 연합훈련 규모를 확대하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진행되는 미ㆍ일 해상 훈련 탓에 이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러시아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일본의 이런 행위들을 안보에 위협으로 간주한다”며 “외교적 채널을 통해 일본에 직접적으로 경고했고, 훈련 확대 시 러시아가 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는 점을 일본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일본이 미국과 함께 항공모함을 동원한 해상 연합훈련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일본 해상자위대는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핵실험 준비 동향이 포착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연합훈련을 했다. 이에 러시아는 이틀 뒤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미국과 일본에 대응했다. 25일에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의 전면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압박했다.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전권대표는 러시아 극동지역 하바롭스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이 우리가 불법 점유하고 있다고 거짓 주장하는 쿠릴열도에 투자해 전면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릴 열도는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반도 사이에 펼쳐진 1,300㎞에 달하는 도서군으로,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중 쿠나시르, 이투루프,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 등 남쪽 4개 섬을 북방영토라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한다. 러시아는 지난달 25일에는 극동 쿠릴열도에서 3,000명 이상의 병력과 수백 대의 군사 장비를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기도 했다.

일본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달 20일엔 러시아 외교관 8명을 추방했고 앞서 12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또 지난달 2일부터 이달 9일까지 524명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수용하고, 이들의 추가적인 수용을 염두에 둔 난민 제도의 개선을 검토하는 등 피란민 수용에도 적극적이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