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이어 27일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자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는 이구동성으로 법안 졸속 처리 행태를 비판했다. 법안 내용에도 수사 공백 등 국민 피해로 직결될 대목이 곳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이날 단독으로 법사위 관문을 넘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은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민주당이 그동안 주장해 온 '검찰 수사권 박탈'의 내용을 사실상 고스란히 담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에 담겼던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중요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와 경제범죄만 한시적으로 남겨둔다'는 내용이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 종류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으로 수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5월 취임 뒤 국회 의결 없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선거사범 수사를 올해 12월 31일까지 검찰이 수사하도록 하는 남겨 둔 부분이다. 국회의장 중재안(개정안 공포일로부터 4개월 뒤 시행)보다 길어지면서 당장 6·1 지방선거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검찰이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지방선거 이후 국회의원들이 검찰 수사망을 벗어나게 된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복잡한 사건 특성상 선관위 조사, 경찰 수사 등을 거치는 데만 6개월 가까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공소시효 직전에 수사에 참여하지 못한 채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에서 배제된다면 6개월에 불과한 공소시효라도 길게 해줘야 한다고 법조계는 지적하고 있다.
수정안에는 검찰총장의 부패·경제범죄 수사부서 현황 보고 규정도 추가됐다. 검찰청법 개정안을 보면, '검찰총장이 부패·경제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서의 직제 및 근무하고 있는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등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장 수정안에 담긴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 축소안, 즉 반부패강력수사부(옛 특수부)를 5개에서 3개로 한다는 부분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국회가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권력 비리를 수사할 검사들 현황을 보고하라는 것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유지됐다. 하지만 검사가 필요한 경우 추가 수사 여지는 대폭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형사소송법 수정안에 '검사는 경찰 송치사건에 관해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검찰은 해당 조항이 사실상 여죄와 윗선 규명 등 실체 규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재경지검 형사부의 부장검사는 "결국 검사에게 경찰 수사 통제가 아니라 기록만 정리하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수정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와 기소 분리와 관련해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한 공소제기에 관여할 수 없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당초 중재안에서는 '수사한 검사가 해당 사건의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 업무를 못한다'는 조항이었다. 수사 검사는 기소 여부 판단을 할 수 없지만, 재판 참여 등 공소 유지는 가능하도록 어느 정도 여지를 둔 것이다.
법조계에선 수사 검사의 공소 유지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금융범죄와 자본시장 교란 범죄 등 사건에서 수사검사가 공소 유지를 할 수 없을 경우, 지능형 대형 범죄사건 재판에서 무죄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원행정처는 이에 대해 "수사와 기소·공소 유지 검사를 어떻게 나눌지 범위가 모호하다"며 "자칫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수사 검사가 참여하면 재판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법사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와 재판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장 검찰 내부망에선 "수사검사가 공소제기를 못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검사 제도를 부정하는 것" "명백한 위헌" 등의 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