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58)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지사 시절 추진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참여사에 제주도에서 건설·건축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재취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검사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가까운 남기춘 변호사가 대표이사인 이 회사는 전직 공무원들이 재직하던 기간에 다른 회사들과 손잡고 오등봉공원 사업권을 따냈고 관급공사 40여 건을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27일 한국일보 취재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제주도청 퇴임 공무원 이모(63)씨는 2019년 2월 1일부터 지난해 6월 1일까지 지역 건설업체인 리헌기술단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이씨는 37년간(1981~2018년)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제주시청 건축과장, 제주도청 건축지적과장 등 건축 분야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2018년 6월 부이사관(3급)으로 명예퇴임한 지 8개월 만에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그는 리헌기술단에서 월평균 200만 원, 총 5,6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엔 남기춘 변호사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리헌기술단은 이씨 입사 이후인 2019년 11월 호반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해 오등봉공원 개발사업 시행사 입찰에 참여했고 이듬해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리헌기술단은 또 이씨가 재직하던 2년 4개월간 제주도청∙제주시∙서귀포시 등이 발주한 사업 41건을 수주했다. 이 회사가 최근 10년간 계약한 관급공사 45건의 대부분을 이 시기에 따낸 것이다. 수주 사업 41건 가운데 36건은 경쟁사가 없는 수의계약이었다.
이씨는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첫 임기(2014년 7월~2018년 6월)를 시작할 당시 도청 건축지적과장이었고 이후 재난대응과장(2015년)과 제주관광협회 본부장(2018년)을 맡았다. 리헌기술단 입사 한 달 뒤인 2019년 3월엔 제주도주민자치협의회장으로 선임됐다. 협의회는 제주 지역 43개 읍·면·동장으로 구성된 기구로, 도지사를 간접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씨가 회장으로 선임된 협의회 총회엔 당시 도지사였던 원 후보자가 직접 참석했다.
이씨가 리헌기술단에 소속돼 있던 지난해 2월엔 제주도청 도시건설국장을 지낸 전직 공무원 고모(63)씨가 입사해 이씨의 퇴사 전까지 3개월간 일하며 고문료 225만 원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고씨 영입 이유에 대해 "이씨와 고씨가 고교 동창 사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2017년 4~12월 도청 내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는데, 이 TF는 원 후보자의 지시로 도시공원 민간개발을 물밑에서 추진했던 조직이다.
오등봉공원 사업은 원 후보자의 민간특례사업 비공개 추진 정황, 입찰 참여사 평가 기준 중도 변경 등으로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준호 의원은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재직 당시 설계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의혹에 원 후보자와 같이 일한 공무원들이 상당수 연루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 측은 “해당 전직 공무원들과는 퇴직 후 일체의 교류가 없었고 재취업 경위도 알지 못한다"며 "제주도는 입찰 및 수의계약 과정에서 특정기업에 특혜를 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씨도 전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명예퇴임 전후로 원 후보자와 소통이 없었고, 이후엔 주민자치협의회장으로 선임됐을 때 한 번 봤을 뿐 행사에서도 만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리헌기술단 고위 관계자는 “전부터 알고 지낸 이씨가 퇴임 후 자연스럽게 입사한 것”이라며 “회사가 이 시기 공교롭게 오등봉공원 사업에 참여한 것일 뿐 이씨의 로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의계약은 지자체가 먼저 제안해 건당 1,000만~2,000만 원에 맺은 소규모 공사”라며 “계약 과정에 이씨는 관여하지 않았고 그의 전문 분야(건축) 공사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