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한 뒤 CJ ENM의 '예능 정치'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CJ ENM은 '유퀴즈'의 문재인 대통령 출연 논의 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진실 공방을 벌이더니,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출연 요청을 거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CJ ENM이 선택적 정치 중립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6일 "'유퀴즈' 사태는 신 권언유착"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비서관을 지낸 K씨는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이재명 (민주당) 고문이 경기도지사였을 때부터 대선 후보 때까지 '유퀴즈'에 실무부서와 함께 경기도정과 관련된 공직자와 이 후보의 출연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제작진과 미팅을 추진했지만 미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유퀴즈' 측이 "프로그램 진행자(유재석)가 본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정치인 출연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며 거절했다는 게 K씨의 주장이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여권에서 문 대통령과 김부겸 총리의 '유퀴즈' 출연을 타진했지만, CJ ENM이 거부했다고 최근 잇따라 주장한 데 이어 나온 '유퀴즈'의 선택적 정치 중립 세 번째 의혹이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유퀴즈'에 그간 정치인들의 출연은 드물었다. 제작진은 20대 대선 후보들 단 한 명도 '유퀴즈'의 초대 손님으로 앉히지 않았다. 표창원 전 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유퀴즈'에 출연했지만, 방송은 두 사람의 정치 인생보다 프로파일러와 시각장애 피아니스트로의 삶에 집중했다. 이렇게 정치와 거리두기를 해 온 '유퀴즈'가 느닷없이 취임을 앞둔 대통령 당선인을 초대하자 정치권에선 검사 출신인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를 주목했다. 검찰 출신 대통령 당선인과의 인연이 이번 깜짝 출연의 배경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CJ ENM 측에 문 대통령을 비롯해 이 고문의 '유퀴즈' 출연 제안 거부 관련 입장을 이날 재차 확인하려 했으나, 아무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최근 '유퀴즈' 연출을 맡아 온 김민석 PD와 박근형 PD가 타 방송사로 이적 준비를 하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윤 당선인 출연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방송가에서 나오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는 '유퀴즈' 사태를 "정치권력의 방송 개입과 미디어 재벌의 자발적 충성이 빚어낸 촌극"이라고 봤다.
민언련은 이날 "이번 사태가 검사 출신 강 CJ ENM 대표이사와 윤석열 당선자의 친분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의심은 검사 인맥을 매개로 한 권력과 언론미디어 유착이 새 정부에서 노골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로이 넘길 수 없다"며 "시청자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tvN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가 석연찮은 이유로 종영된 것처럼 제작 자율성 침해 사태가 또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J ENM은 정치 풍자로 인기를 끌었던 '여의도 텔레토비'를 내보낸 'SNL코리아'를 2013년 돌연 폐지했고, 이미경 부회장이 2014년 갑자기 사임했다. 2016년 국정원개혁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이 작성한 'CJ의 좌편향 문화사업 확장 및 인물 영입 여론'이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외압의 실체를 드러냈다.
'국민 MC' 유재석은 '유퀴즈' 정치색 논란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소속사인 안테나는 "악의적인 비방과 인신공격, 명예훼손 게시글과 악성 댓글에 법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30여 년 동안 방송 활동을 하며 '미담 제조기'로 불렸던 유재석이 소속사를 통해 악플 대처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 후 유재석이 태도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정치색 구설에까지 휘말리면서 초유의 비난을 받은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