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며 사실상 번복한 가운데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사실상 원안을 중재안이라고 포장한 것뿐"이라며 "어차피 민주당이 입법 처리 못 했거나 하더라도 오래 못 갈 사안인데, (권성동 원내대표가) 전략적 판단 실수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 의원은 이달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성동 의원과 경쟁했고, 패했다.
조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 가운데 2개(부패·경제)만 남겨 뒀는데, 그 2개마저도 중수청을 마련해서 1년 6개월 뒤에 넘기면 완전히 (검찰의) 수사기능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보면 지금 뭐가 절충안, 타협안, 중재안 그런 건 줄 생각했을 텐데 내용을 보면 전혀 그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을 제시한 박병석 국회의장에 대해 "박 의장께서 중재라고 그런 안을 내놓고 정치적 타협을 시도한 것 자체가 본인이 그것을 본회의에서 의사봉 들고 처리하기엔 너무 부담스럽다는 의미"라며 "박 의장 본인도 이게 얼마나 문제가 많은 입법이고 국민들의 저항이 장기적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며, 본인이 입법을 위해 의사봉 잡는 게 얼마나 치욕적이고 두고두고 낙인으로 남을 것인가를 알기 때문에 이런 시도(중재안 제안)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냥 뒀어도 박 의장이 직권상정 못 했을 거고, 민주당이 밀고 나가기 어려웠는데 (권 원내대표의) 전략적인 판단 실수로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결과적으로 그런 셈이 되는데, 민주당이 처리를 못 했거나 아니면 정말 민심을 거슬러서 했다고 하더라도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단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기억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김영삼 정부 때 노동법이라는 것을 당시 여당이 강행처리했다가 민심의 저항에 부딪혀서 몇 달 뒤에 도로 입법을 철회했다. 본회의에 통과가 된 법을 철회했었다"고 짚었다.
이어 "원내지도부 입장에서는 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며칠 사이에 원내 지도부도 재협상을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이라는 이런 정치부패 입법을 대놓고 밀어붙이는 데 사리에 입각해서 우리 새 정부에 협력을 해줄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중재안에 동의해준다고 해서 협력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조 의원은 검수완박 중재안과 관련해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원회의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저는 그렇게 본다"며 "사후에라도 그렇게 된 것은 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가 처음 중재안 합의에 대해 찬성 또는 지지하는 성명이 나왔다며 "지금 보면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전혀 상의가 없었다는 건 분명해졌고, 당선인의 의사를 확인한 것은 제가 확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거 같다"면서도 "만약 당선인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그 당시 성명이 나왔다면 그것도 상당히 문제고, 또 현재 입장이 바뀐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가 당선인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상식적으로 볼 때는 보고드리고 협의했을 거라고 봐야 맞다"면서도 "정확하게 확인하고 말씀드려야 될 일이기 때문에 보고를 드렸다고 하더라도 얼마 정도 상세하게 내용을 보고하고 그다음에 정치적 파장, 이런 거까지 보고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배현진 윤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 브리핑에서 22일 당시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을 마련할 당시 윤 당선인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상황은 청취하고 확인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부산) 일정 등 전화통화로 보고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중재안 합의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 "지금 원내 지도부가 출범한 지 며칠 안 됐기 때문에 이 사안 하나 가지고 체제 자체를 비판하거나 부정하거나 책임져야 된다고까지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중재안 합의가 권 원내대표의 "전략적 판단 실수"라면서도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어 "우리 의원들이 새로운 원내 지도부를 선택할 때는 고심 끝에 선택한 건데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문책한다는 것은 신중하게 해야 될 것으로 본다"며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민주당이 28, 29일 본회의 처리 시도할 때 '필리버스터'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뜻이 그 위에 있다"며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국민의 뜻이 거기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