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이 사전타당성조사(사타)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어도 정부는 다음 절차인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없이 건설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국내 최초의 '해상공항' 형태로 2035년 개항한다는 목표지만 개항 시기나 건설 방식을 둘러싼 반발이 적지 않아 사업 추진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이어 같은 해 5월 착수한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사타 결과 김해공항의 국제선만 이전했을 때 예상 수요는 2065년 국내선 기준 여객 2,336만 명, 화물 28만6,000톤이다. 활주로 길이는 국적사 화물기(B747-400F) 최대이륙중량 시 이륙 필요거리(3,480m)를 감안해 3,500m로 정했다.
쟁점이 된 활주로 배치는 가덕도를 걸치지 않은 채 동서방향으로 건설하는 완전 해상공항(순수 해상배치 대안)이 선정됐다. 부등침하(땅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 우려가 적고 장래 확장성이 용이하며, 잘라낸 산지를 배후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산지 발파와 해양매립 등 건설 공법을 감안한 총 사업비는 13조7,000억 원, 공사기간은 9년 8개월로 산출됐다.
국토부는 "3개의 남북배치안을 포함한 총 5개 대안을 검토했으나, 활주로를 남북으로 배치하면 인근 김해공항 및 진해비행장과 관제권 침범 등 운영·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소음 피해가 큰 것으로 분석돼 검토대상에 제외했다"면서 "동서배치안 중에서는 가덕도 서쪽 가덕수도와 정박지와의 상호영향성을 고려했을 때 순수 해상안이 최대 선박 높이(2만4,000TEU급, 76m)를 회피할 수 있는 등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결에 따라 정부는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거쳐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예타 면제를 확정할 방침이다. 예타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는 것으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면제 대상이 된다. 최종 결정은 기획재정부가 내리는데, 특별법에는 신공항건설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이 있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예타 면제는 기정사실이다. 국토부는 연내 기본계획 마련에 착수해 2025년 하반기 착공, 2035년 6월 가덕도신공항을 개항할 계획이다.
문제는 활주로 배치가 완전 해상으로 결정되며 사업부담이 대폭 커진 탓에 정작 경제성은 떨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당초 부산시는 해상과 육상을 걸친 활주로안을 제시하며 예상 사업비와 수요를 각각 7조5,000억 원, 4,600만 명으로 계산했다. 정부안보다 수요는 두 배 크지만 사업비는 절반 규모다. 부산시는 개항도 2029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사타 결과도 논란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사타에서 가덕도신공항의 비용편익분석(B/C)은 0.51~0.58에 불과하다. '1'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인데, 전국 공항 중 누적 손실이 가장 큰 공항 중 하나인 무안공항의 경제성 분석 결과(0.49)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예타 실시'를 요구하며 이미 반발하고 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덕도신공항은 단군 이래 최대 적자공항이 될 것"이라면서 "예타까지 면제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13일에는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6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2029년 준공 목표를 사수하겠다"며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이 2029년까지 준공될 수 있도록 사타 대안을 조정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신공항 건설로 인한 연계 교통망 구축, 균형발전 등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사업의 사회적 효용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타의 B/C는 국토의 균형발전 효과를 반영하지 못한 단순 경제성 분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적자'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예타 면제는 특별법에 근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시안에 비해 정부안의 사업비와 공사기간이 과도하게 계상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산시는 관련 법령이나 행정절차를 감안해 산출한 것이 아니고 정부 사업에 구속력도 갖지 않는다"라면서 "추후 기본계획, 설계 등을 거쳐 사업비, 사업기간 등이 구체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