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포럼] 고조되는 미중대결... "윤석열 정부, '새로운 개방 질서' 연대해야"

입력
2022.04.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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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한국포럼] 외교안보 분야 토론

정치권과 외교 전문가들이 26일 열린 ‘2022 한국포럼’에서 고조되는 미중대결에 맞서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주요 2개국, G2의 경쟁이 계속 심화하면서 파생된 난제들에 대한 해법은 저마다 달랐지만, “가치 기반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대원칙에는 뜻을 같이했다. 윤석열 차기 정부가 한국의 국익을 최대화하려면 ‘신(新)냉전’ 구도에 휩쓸리기보다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유명희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전 통상교섭본부장),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이 의견을 나눴고,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여야 "한미, 포괄적 협력해야" 한목소리

전재성 교수= 윤석열 정부가 맞닥뜨릴 외교적 도전 중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뭐라고 보는가.

홍익표 의원= 인접국과의 관계는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한국이 직면한 이슈가 굉장히 많다. 군사를 비롯한 전통적 외교안보 이슈보다 기후변화, 팬데믹 등 비전통적 이슈의 비중이 커져 외교 수단과 주체의 다양성을 고민해야 한다. 한미관계는 기존 군사 중심의 동맹관계에서 포괄적 협력관계로 확대되고 있어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을 등치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일관계는 복원돼야 하지만 역사적 관점, 국민적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북핵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휴전선을 중심으로 한 단기 군사적 안정, 남북교류 협력은 투트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조태용 의원= 포괄적 한미동맹, 신중한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북핵과 북한 문제를 나눠 봐야 한다는 의견에는 생각이 다르다. 북핵 위협이 해결되지 않은 시간이 수십 년이 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술핵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서 정상회담을 모험적으로 추진했는데, 정상외교 추진 자체는 찬성이지만 북핵 문제 초점이 흐려진 결과, 많은 회담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는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

유명희 대사= 현재 국제경제 질서는 ‘초불확실성의 질서 전환기’ ‘통상ㆍ산업기술과 외교안보의 영역 간 상호침범’ ‘가치연대’로 요약된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규범에 의한 다자주의 질서가 흔들리고 각국의 외교안보 수단이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으며,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끼리 경제 블록을 이루고 있다. 핵심기술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가진 선진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지식 안전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무역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며 이런 가치를 제고할 필요도 있다.

"尹 정부 외교 브랜드는 '글로벌 피벗'"

전재성=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 및 비전은.

손열=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리스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중추 국가’, 즉 ‘글로벌 피벗(pivot)’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처럼 글로벌 피벗이라는 개념하에 윤 정부의 외교정책이 짜이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현 정부는 물론 이전 정부도 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미국과 중국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 탓에 미중관계를 대하는 취약한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에 국한됐던 외교 공간을 확장하고, 시간적으로도 30년까지 봐가며 중장기적 전략을 짤 때가 됐다.

조태용=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외교안보 정책은 당당한 외교다. 중국, 북한이 그 대상이 될 수 있고 일본과 미국,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대북정책에서는 북핵 위협엔 단호히 대응하고, 동시에 인도적 필요성이 생기면 다른 문제와 결부시키지 않고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보수정부에 비하면 상당히 전향적이라고 본다. 이야기만 잘 되면 사회문화 교류나 방송, 언론도 개방해 교류하자는 입장이다. 또 문재인 정부 외교에서 없었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가치외교’다. 국익, 실용외교만 갖고는 한국 외교 브랜드가 잘 나오지 않는다. 정체성, 이념,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북한 인권문제의 경우 북한과 협상을 고려하면 어려운 부분이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맞다.

홍익표= 문재인 정부에서도 시장경제, 민주주의, 평화, 인권 등 가치외교는 중요하게 다뤘다. 그래서 앞서 비전통적 외교안보 이슈를 언급한 것이다. 거기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국제적 위상, 외교적 방향의 토대는 문 정부가 만들었다고 여겨진다. 그럼 다음 정부에서 이것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전통적 안보, 통상질서보다 새로운 이슈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게 되레 전통적 이슈에도 영향을 줄 것인데, 새 정부는 그런 부분에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기후환경, 팬데믹, 방역, 의료 등 비전통적 이슈에서 리더십을 강화하며 그 긍정적 측면이 전통적 이슈까지 이어지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IPEF 초기부터 참여해 '개방 질서' 만들어야"

전재성=갈수록 고조되는 미중경쟁에 맞서 새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뭔가.

손열= 미중의 경제 규모는 앞으로 6년 뒤면 백중세로 갈 것이다. 군사비는 현재 미국이 중국의 3배를 쓰는데, 2040년이면 3대 2, 2050년에는 중국이 8대 7 정도까지 따라잡는다고 한다. 양국이 지금의 전략을 고수할 경우 대강 앞으로 6년 후부터 20년은 격랑의 시기가 될 것이다. 그 대립과 갈등의 비용을 전 세계가 고스란히 치러야 한다. 그런 세상이 오지 않도록 한국 같은 글로벌 피벗 중견국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미중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다. 양국과 선택적 협력을 하되, 한국과 유사한 위치의 주변 국가들과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일본이 중요하다. 신중한 한일관계 접근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동시에 일본과 협력을 적극 풀어가지 않으면 글로벌 중추국가는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유명희= 국익을 전면에 내세우기엔 우리는 세계 무역 규모 8위, 경제 규모 10위에 걸맞은 책임이 필요하다. 경제질서가 블록화될 때 우리 기준은 자유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제고하는 쪽이 돼야 한다. 어떤 진영에 들어가도 보편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 공간을 넓히며 기여해야 한다. 미국과 관계에서는 ‘인도ㆍ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논의 초기부터 적극 가입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제 질서가 포용적이고 개방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아세안, 아ㆍ태 지역의 참여국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과 협력은 분명 지속돼야 한다. 중국 동향을 파악하며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과 채널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그 시장을 활용하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상호존중 관계 속에 녹아 들어갈 필요가 있다. 아세안, 유럽연합 국가와의 교류 강화도 놓쳐선 안 된다.

조태용= 11월 미국 중간선거,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및 경제 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 큰 틀에서 미중관계를 봐야 한다. 확실한 것은 전략적 선명성이 강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닌 어떤 정부라도 그 방향은 불가피하다. 안보 문제에서 동맹에 기반한 선명성이 나와야 한다. 경제 문제는 사안별로 국익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인데, 세계 질서가 개편되고 있기 때문에 가치 연대에 들어가는 것이 국익에 맞다. 중국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전 정부에서 친중이었다가 친미로 간다는 식의 방향은 안 되고 스스로의 국익과 전략에 맞춰 입장을 정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IPEF는 우리가 ‘룰’을 같이 만들 수 있다. 쿼드(Quad)는 그 규칙을 만들 때부터 우리 목소리가 담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안 돼 아쉽다. IPEF는 처음부터 참여해서 같이 규칙을 규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홍익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었던 건 벤처 혁명 등도 있었지만, 중국과 교역관계에서 얻은 수익이 견인차 역할을 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경제 도약은 빛이지만 대중 의존도는 그림자다. 2000년 마늘 파동을 생각하면, 당시부터 그 그림자를 익히 알고 있었으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사실 준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최근에는 무역 다변화, 경제 의존도 낮추기를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여럿 있는데, 미국 중심의 북미, 독일 중심의 유럽이 있다면, 아시아에도 한중일과 대만을 포함한 견고한 클러스터가 있다. 이것을 해체하고 미국, 유럽 등과 함께 하자는 것이 미국의 요구다. 우리로서는 중대한 도전 과제다. 가치 동맹이 냉전시대의 이념 동맹과 같이 배제하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해져야 한다.

정준기 기자
김가윤 인턴기자
김호빈 인턴기자